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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광장] 이영송 박사 회고록을 읽고

지난 주 나의 오랜 친구인 이영송 박사의 회고록 '찬란한 새벽은 밤이 만든다' 출판 기념행사에 다녀왔다. 책 제목을 결정하는데 한 달 반이 걸렸다니 얼마나 신중한 성품인지 능히 알 만하다. 참으로 용의주도하고 아무 일이나 무모하게 달려들지 않으며 한 번 결정하면 끝을 보고야 마는, 많은 사람이 동경하는 성품이라 할 만하다.

책은 이북에서 부유한 집안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남부럽지 않게 행복하게 살다가 해방이 되고, 남북이 둘로 갈라지면서 지주에 대한 핍박과 불공정성에 모든 재산을 버리고 온 가족이 남으로 내려와 어렵게 정착하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할머니는 대대로 내려온 전답을 남겨놓고 갈 수 없다며 고향에 혼자 남아 이산의 아픔도 맛보았단다. 서울대 치대를 3수 끝에 입학한 것은 마포고등학교 개교 이래 처음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한 것이라는 대목은 필자의 의지가 얼마나 굳은 지를 보여준다.

군대를 마치고 결혼 후 좀 더 나은 의료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자 미국에 와서 치과의사 면허를 딸 때까지 아내와 함께 고생 고생하면서 어렵게 정착한 과정은 우리 한인 누구나 겪은 것과 비슷하였으니 책을 안 읽어도 가히 상상이 가리라.

치과의사로 개업해 성공하고, 부동산 투자로 크게 부를 축적하였다가 심한 불경기 때 거의 모두를 날린 이야기, 성실과 끈기, 근면을 바탕으로 재기한 이야기를 읽으며 한인사회와 조국을 위해 열심히 봉사했다는 사실은 곁에서 지켜 본 사람들은 알고 있었지만 이를 좀 더 자세히 전해주니 독자들의 이민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와는 40년 전 사회봉사 단체에서 처음 만나 같은 의료계에서 일하는 때문이었는지 급속히 친해져 인생의 황금기를 같이 즐거워하면서 지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책에서 단체장으로 활동한 부분 중에 특기할 만한 것은 상공인들을 인솔하여 북한을 방문했을 때에 생겼던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다.

나의 관심을 끌었던 대목은 인생 후반기에 들어 부러울 것 없이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다가 갑자기 닥친 아내의 조기 치매 발병과 간호 및 치료 과정, 가정 불협화음 등에 대한 기록이다. 특히 치매 조기 진단, 중기 과정, 말기 등에서 있었던 일과 5년간의 아내 간병 생활, 아내를 보낸 후 약 2년 반을 혼자 지내며 느낀 소회, 남자 혼자 살아가기 어려운 점에 대한 진솔한 마음이 크게 공감이 되었다. 또 앞으로 서로 대화가 통하고 노후를 같이 할 수 있는 귀한 분을 만나 건강하게 해로했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을 읽을 땐 마음도 아팠다.

이 책의 수입은 모두 '한인타운 노인센터' 재단에 귀속된다. 어르신들의 노년 생활을 도와주는데 출판 수익을 쓰겠다는 것은 더욱 감사한 일이다.

이 박사의 회고록을 통해 동포들이 이민생활에 여러가지로 도움이 되는 정보도 얻고 위로도 받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친구의 작은 소망도 응답받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기원한다.


서영석 / LA 민주평통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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