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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엄마는 한 살

주영세 / 은퇴목사
주영세 / 은퇴목사 

[LA중앙일보] 발행 2019/06/14 미주판 23면 기사입력 2019/06/13 20:22

지난 여름, 어머니의 100세 잔치를 조용하고 조촐하게 치렀다. 100살이라니… 지금도 생각하면 꿈만 같다. 8남매 중의 막내인 어머니의 위 어른들은 물론, 형제 자매와 친구들도 살아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조카뻘 되는 80이 넘은 사촌 누나들이 서울에 몇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 귀가 먹어서 전화도 할 수 없다. 그러니 오직 말할 상대는 자식들뿐이다.

신체적으로 보면 우리 어머니는 보통 여자들처럼 약한 편에 속한다. 6남매 우리 모두는 물론, 본인 자신도 이렇게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은 기대도 못하고, 생각도 못했다. 어머니가 81세 때, 두 살 위 아버지께서 안개가 낮게 깔린 아침 새벽 기도회를 다녀오시다가 교통 사고로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께서는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을 혼자서 예배를 보면서 우시기 시작하는데, 사람 몸에서 한도 끝도 없이 나오는 것이 눈물이었다. 자식들은 약도 구할 수 없고, 어디다 하소연하거나 물어볼 데도 없고 정말 계속해서 나오는 눈물을 그치게 할 대책과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하루 아침, 10년을 우시다가 무슨 결심을 하셨는지 울음을 뚝 그치셨다. 91세 때였다.

2011년도에는 1911년생인 어머니가 드디어 100세가 되었는데, 처음에는 믿기지 않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바로 그 다음에 생겼다. 100세 생일 전까지 어머니께서는 "본인도 꼭 살아야겠다"는 확실하고 뚜렷한 생의 목적과 목표와 그리고 의욕이 있었다. 그런데 100세 잔치를 치르고, 가을에 들어서면서 생의 의욕이 갑자기 떨어졌다. "자신은 살만큼 살았으니, 더 이상 산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고 도리어 자식과 주위 사람들에게 짐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어머니의 건강이 갑자기 악화되었다.

형제들이 모여 고민하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저승 사자같이 무거운 '100'이라는 숫자를 떼어 버리는 것이었다. "이제 엄마는 101살이 아니라, 한 살이야, 한 살. 그리고 내년이면 두 살, 그러니 올해에는 돌 잔치를 하는 거야. 돌 잔치까지는 살아야 해." 모두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어머니의 눈빛과 표정도 달라졌다. 생기가 다시 돌고, 눈빛이 전과 같이 반짝 반짝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대화의 상대가 없는 어머니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생에 대한 의욕이 다시 저하되기 시작하였다. 100살을 떼어, 가볍게 하자는 그 요란한 약발의 효과도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되었다.

나는 불효자가 되어서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였다. 2012년 12월 31일 정오가 조금 넘은 12시7분경, 큰딸이 곁에서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찬송을 불러드리는 가운데 어머니는 숨을 거두셨다. 어머니가 가신지 벌써 6년 반, 컴퓨터에 남겨진 옛 글을 보다가 잠시 어머니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이 글은 몇 년 전 어머니 돌아가신 직후에 써 놓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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