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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대신 플래시 켠 홍콩인···'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렸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6/14 19:55



14일 오후 홍콩섬 차터 가든에서 열린 홍콩 어머니 집회에 참석한 시민이 송환법 처리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홍콩=신경진 기자]








14일 오후 홍콩섬 차터 가든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홍콩 어머니 들. [홍콩=신경진 기자]








14일 밤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 청사와 한국의 국회 격인 입법원 건물의 모습. 경찰들이 주변을 차단한 채 일반 시민의 접근을 막았다. [신경진 기자]





100만 홍콩 시민이 중국의 굴복을 끌어냈다. 15일 오후 캐리 람 홍콩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논란이 된 범죄인 중국 송환법 처리의 잠정 연기를 발표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속보로 긴급 타전했다. 지난 9일 홍콩 시민 100만 명이 참여한 반대 시위에 당국이 굴복한 모양새다.



[AP=연합뉴스]






홍콩 정부 소식통은 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법안에 대한 토론이 이뤄질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며 캐리 람 행정장관은 연기 결정을 중국 중앙정부에 이미 통지했다고 홍콩 민영방송 TVB가 보도했다.

법률안 포기는 전날인 14일 심야에 결정된 것으로 알려진다. 15일 홍콩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홍콩 업무를 총괄하는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이 이미 홍콩과 인접한 선전(深?)에 직접 내려와 사태처리를 지휘했으며 14일 밤 캐리 람 장관을 만나 법안의 무기 연기를 사실상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16일 홍콩 민주진영이 예고한 대규모 반(反)송환법 시위를 앞두고 100만 시위의 재현과 불상사를 사전에 막기 위한 선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은 홍콩 사태 해결을 위해 강온 양면책을 동원했다. 먼저 중국 국민과 대외에는 강한 중국이라는 강경 메시지를 발신했다. 러위청(樂玉成)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4일 주중 미국 대사관의 로버트 포든 부대사를 긴급 초치해 엄중하게 항의했다. 러 부부장은 “우리는 미국이 홍콩에 대한 모든 개입을 즉각 중단하라”면서 “중국은 미국의 행동에 따라 추후 대응할 것”고 경고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30년 전 베이징 천안문 사태가 홍콩에서 재현되는 것을 우려한 중국 수뇌부는 홍콩에 ‘잠정 연기’라는 사실상 굴복 카드를 내놨다. 6·9 100만 시위 참여자의 30%가 처음으로 거리 시위에 참여했을 정도로 홍콩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크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홍콩 명보는 분석했다. 또 홍콩 젊은층이 송환법 반대를 정의로 인식하고 부상을 무릅쓰고 폭력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점도 심각하게 인식했다. 홍콩의 경찰 병력이 3만 명에 불과해 10만 명 이상의 시민과 충돌할 경우 발포 외에는 해산 방법이 없는 현실도 고려했다. 건제파(建制派)로 불리는 홍콩내 친중세력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법안 처리를 잠정 연기해 1~2년 동안 법안을 토론해 반대 열기를 식히자는 절충안을 제시했고 이를 중국 중앙이 받아들였다는 분석이다.
중국 권부에 정통한 홍콩 동방일보는 이날 법안 연기를 기정 사실화하고 1면에 “용두사미”란 제목을 붙였다. 동방일보는 2003년 국가전복·반란선동 등 위험조직을 금지하는 홍콩판 국가보안법으로 불린 기본법 23조 발효를 철회했고, 2012년 중국의 일방적 애국주의 교육을 의무화하려던 조치도 각각 50만 명, 12만 명 규모의 시위에 철회한 선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송환법 철회를 정당화하기 위해 첫 사례가 아님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6000명 홍콩 어머니들 ‘임을 위한 행진곡’ 떼창

홍콩 시민의 반발은 계속됐다. 14일 오후 7시 홍콩섬 센트럴의 차터 가든에서는 송환법 반대와 6·12 시위 폭력 진압에 항의하는 홍콩 어머니 6000여명이 반중(反中) 시위를 열었다. 검은 옷 차림의 어머니들은 휴대폰 플래시로 촛불을 재현하며 영화 ‘택시 운전사’ 등으로 홍콩에도 잘 알려진 시위곡 ‘임을 위한 행진곡’을 광둥어로 번안해 합창했다.

홍콩 어머니들은 “어머니는 강하다” “백색 공포 중지하라” “천안문 어머니회가 되기 싫다”는 구호가 적힌 A4 용지를 들고 삼삼오오 공원으로 모여들었다. 천안문 어머니회는 1989년 6월 4일 천안문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으로 희생된 자녀들의 어머니들이 결성한 모임이다. 아들이 홍콩에 다닌다는 홍콩 주민 캐리씨는 “홍콩에서 앞으로도 수십년 살아가야 한다”며 “지금 일어서지 않으면 홍콩의 미래는 없다는 생각에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16일 초대형 시위를 조직한 민주파 단체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민진)은 전날 경찰에게 집회 허가를 받았다고 홍콩 언론은 보도했다. 경찰은 빅토리아 공원에서 애드미럴티 정부청사까지 행진을 위해 경찰은 6차선 도로를 개방을 허락했다. 2000여 명의 경찰 병력으로 안전을 보장할 예정이다. 한편 민진 측은 빅토리아 공원과 반대인 홍콩섬 서쪽의 손중산공원과 애든버러 광장도 행진 출발지로 추가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안전을 이유로 거절했다.

민진 측은 시민들에게 검은 옷과 흰 리본 차림으로 참석을 요청했다. 이번 시위는 규모보다 시민의 목소리가 더 중요하다며 지난 9일과 같이 집회 후 폭력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홍콩=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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