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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그는 왜 '변절자'를 택했나

김석하/사회부 부장

#. 배신만큼 가슴아픈 일도 없다. 누구나 한번 쯤 '날카로운 배신'의 경험이 있다. 사랑의 배신에 따른 상심 동업자의 배신으로 인한 몰락 정치적 동지의 배신으로 인한 구속도 있다. 어떠한 유형이든 배신의 뒷면에는 죽음이 어른댄다. 배신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은 아니다. 의심 손익계산 변절이라는 '배신의 시퀀스'를 거친다. '이게 아닌데'라는 의심이 들면 자기에게 유리한 것을 따져보게 된다. 이후 자신이 믿고있던 지조나 신념을 바꾼다. 배신은 변절때부터 구체화된다.

#. 경제가 어려워지면 '변절 마케팅'이 인기를 끈다. 기존 거래 업체를 바꾼 '배신 고객'을 우대하겠다는 마케팅이다. '은행을 바꾸면 금리를 더 쳐주겠다' '인터넷 회사를 바꾸면 싸게 해주겠다' '카드 회사를 바꾸면 이자를 낮게 해주겠다' 등등. 보통때 같으면 귀찮아서 한 귀로 흘렸지만 한 푼이 아쉬운 불경기에는 솔깃하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절약을 위한 변절'을 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기존 거래 업체에 '나 바꿀거다'라고 통지했더니 '그럼 경쟁 회사만큼 싸게 해주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소비자들이 그동안 꼬박꼬박 비싼 돈냈던 자신이 먼저 '배신당했다'고 분개한다는 것이다.

#. 이상하다 못해 희한한 일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경호 코드명은 '변절자(renegade)'다.



비밀경호국은 지난해 5월부터 오바마 가족들의 경호 암호명을 모두 알파벳 R자 돌림으로 정해 놓은 바 있다. 오바마는 R로 시작하는 많은 단어 중 본인이 직접 변절자를 골랐다. '대통령-경호-변절' 이라는 세 단어를 단순 연결시키면 섬뜩하기도 하다. 할리우드 영화 중에는 최측근 경호원이 대통령 암살을 꾀하는 스토리도 적지 않다. 가뜩이나 암살.테러 위협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는 오바마로서는 기분나쁜 단어일 수 있다. 최악의 배신은 측근에 의한 암살이고 가장 큰 규모의 배신은 쿠데타다.

#. 변절하는 사람은 '호랑이 핑계'를 자주 댄다. 1992년 대선 기간 내내 김영삼 후보를 괴롭힌 것은 변절자론이었다. 그가 3당 합당에 참여한 것을 놓고 야당은 "민주화운동의 위장 취업자"라고 공격했다. YS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골수 학생운동 출신인 고진화는 통합민주당으로 정치인생을 출발했지만 곧 한나라당으로 바꿨다. 그는 "호랑이를 잡으러 보수의 심장에 뛰어 들었다"고 말했다.

변절의 변명 중 가장 명구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한 모임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치적을 칭찬하면서 한 말인 듯 싶다. 노동운동가로 반독재 투사로 유명했던 그는 변절자라는 시선에 "변절이라기 보다는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이번 미국 선거로 지구촌 수많은 사람이 '변절'했다. 한평생 갖고 갈 것 같았던 가치관.지조를 바꾼 것이다. '흑인.소수계는 안돼' 라는 고정관념은 보기좋게 배신당했다. 유권자 뿐만 아니라 세계인은 미국의 미래를 의심했고 손익을 계산해 본 결과 변절하기로 마음먹었다.

'배신의 시퀀스'를 그대로 따라갔다. 오바마가 '변절자'를 선택한 이유가 어렴풋이 보인다. '내가 당선돼 당신들이 기존에 갖고 있는 생각과 믿음을 바꾸겠습니다. 당신들을 변절자로 만들겠소.' 오바마가 위대한 변절을 일궈 아내인 미셸의 암호명처럼 미국의 '르네상스(renaissance)' 시대를 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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