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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아하"로 시작하는 여행

신복례 / 사회부 부장·외신담당
신복례 / 사회부 부장·외신담당 

[LA중앙일보] 발행 2019/06/18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6/17 19:42

여행은 준비가 반이라고 하는데 몇 주째 유럽 이 도시 저 도시를 돌아다니는 여행 일정을 짜다 보니 반이 아니라 가려고 했던 곳을 이미 다 다녀온 느낌이다.

비행기표를 사고 도시간 이동하는 기차표를 끊고 호텔을 예약하고 각 도시에서 보고 즐길 것들을 골라 동선을 짜면서 자주 내 입에서는 "아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사소한 것들이지만 직접 품을 팔면서 새로 알게 된 것들 덕분에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일신우일신'이라는 고사성어까지 떠올린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늘 그런 일상이었는데 여행 준비를 하면서 마음만이라도 '일신우일신'처럼 '날마다 새롭고 또 날마다 새로운' 나날이 된 것이다.

지난해 여름 뮤지컬 '해밀턴' LA 공연 티켓을 구해보겠다고 넉 달 가까이 아침마다 '해밀턴' 웹사이트에 들어가 로터리 티켓을 신청했었다. 브로드웨이 최고 흥행작으로 뉴욕에서도 티켓 예매를 오픈하면 그 즉시 좌석이 매진되는 작품이었다. 오픈 둘째 날 열심히 티켓매스터 구매 버튼을 눌렀지만 사지 못하고 티켓은 매진돼 버렸다. 며칠 뒤 뜬 리세일 가격은 최하가 400달러. 도저히 부담할 수 없는 가격에 대신 로터리 티켓 버튼을 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제작사가 1장에 10달러씩 매일 40장을 추첨으로 제공했는데 그것도 매일 수천 명씩 응모하다 보니 결국 뮤지컬 '해밀턴'은 아들에게 미안한 기억으로만 남게 됐다.

이번에 런던 여행 일정을 짜면서 뮤지컬 본고장인 런던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밀턴'을 다시 찾았고 빅토리아 팰리스 극장에서 공연 중인 것을 알게 됐다. 좌석도 있었고 가격도 정가에 팔리고 있었다. 예매 버튼을 누르려다 읽게 된 공지사항에 다시 또 "아하~"가 터져나왔다. 종이 티켓을 발권하지 않는다고, 공연 당일 입구에서 결제에 사용했던 바로 그 크레딧카드와 정부 공인 신분증을 제시하면 그 자리에서 티켓을 뽑아준다는 내용이었다.

인기있는 공연이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다 팔리는 것은 암표상들의 싹쓸이 때문이다. 이름은 중고티켓 거래 사이트이지만 이들은 사람의 손가락이 따라갈 수 없는 속도의 자동 구매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을 싹쓸이 한 뒤 엄청난 웃돈을 얹어 되팔고 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격으로 공연 제작사들이 정부에 컴퓨터 싹쓸이에 대한 규제를 요구했지만 사실상 속수무책이었다.

그런데 영국 '해밀턴' 공연에서는 공연을 볼 사람만 티켓을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캐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을 만든 뮤지컬 흥행귀재 카메론 매킨토시가 생각해낸 투명하고 공정한 티켓 판매 방법이었다. 왜 미국에서는 이런 방법을 도입하지 않을까. 브로커 때문? 아님 어느 분야건 미국을 움직인다는 막강 로비의 힘? 거기까지는 아직 '일신우일신' 하지 못했다.

각 도시 명소 방문 일정을 짜면서는 투어가이드를 내건 웹사이트들을 이용하는 것이 손해라는 것도 알게 됐다. 폼페이 유적지는 그날이 일요일이라 무료 입장인데, 루브르 박물관은 금요일 저녁은 26세 이하가 무료인데, 웹사이트서 방문시간을 예약하기만 하면 줄서지 않고 그냥 들어갈 수 있는데 가이드 웹사이트들은 패스트트랙, 스킵더라인이란 서비스 명목까지 붙여 더 비싼 값에 입장료를 팔고 있었다.

수고스럽게 여겨질 수 있지만 준비부터를 여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오랜만에 "아하~"가 주는 발견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아하~"를 충분히 했다면 이젠 여행의 나머지 반인 "그렇구나!"를 외치러 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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