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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감로수 전설과 생명의 물

여행이나 등산길에 규모가 크고 유명한 절이나 이름없는 작은 산사를 들렀던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사찰의 규모가 크든 작든, 나그네의 목을 축일만한 감로수라 이름하는 시원한 샘이 있는데, 그 물을 조롱박으로 떠서 벌컥 벌컥 마셨던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한자어 '감로'란 단 이슬이라는 의미인데 불가에서 말하는 감로수는 육욕천의 둘째 하늘인 도리천에 있는 달콤하고 신령한 액체를 뜻한다. 한 방울만 마셔도 온갖 괴로움이 사라지고, 살아 있는 사람은 오래 살 수 있고, 죽은 사람이 마시면 되살아난다고 한다.

옛날엔 임금이 나라를 잘 다스리면 하늘에서 감로가 내린다는 말이 있었다. 농사에 절실한 때에 내리는 비를 단비라고 하는데 이슬까지 도우니 과연 감로라고 할 만하다. 부처님이 설파하신 내용을 감로라고도 하는데 진리에 목마른 중생이 부처님의 법을 듣고 알게 됨으로써 중생들의 몸과 마음이 새로워지고 고통의 세상에서 깨달음을 향한 노력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감로수의 의미가 조금은 다르게 쓰고 있는데 부처님께 올리는 찻물이나 깨끗하고 시원한 물을 극찬해서 말할 때 쓰고 있다. 심지어 병물에 감로수라는 이름을 붙여서 판매하는 회사도 있다.



물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고자 하는 바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내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원시 무속 신앙에는 축복을 기원하고 귀신을 쫓는 도구로 물을 사용하였으며 고대 이집트 종교에서도 제단에 오르기 전에 물로 몸을 씻고 부정을 쫓기 위해 물을 뿌렸다. 유대교에서도 물은 성스럽게 쓰였으며, 기독교에서는 세례를 통해 물은 죄 씻음과 중생의 표징이 되었고, 천주교에서는 신체적인 위험과 유혹의 순간에 악령의 힘을 물리치고 하나님의 은총을 얻기 위해 성수로 사용하고 있다.

물은 이렇듯 정화와 축복, 악을 쫓는 성스러운 능력을 가진 물질로 인식되어 왔으며 물 그 자체만으로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귀한 물질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물처럼 가치없이 사용되는 물질도 없을 것이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 상황이 조금 나아졌지만 해마다 캘리포니아는 물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물과의 전쟁이다. 감로수를 물쓰듯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김경철 / 아쿠아라이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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