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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파괴'만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LA중앙일보] 발행 2019/06/24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19/06/22 22:32

김석하의 스토리 시사용어 (2)

비 올 때 '와이퍼'는
피아니스트가 발명.

큰 상상력과 작은 생각,
용기만이 혁신 이뤄내

미쉐린의 에어리스 타이어

미쉐린의 에어리스 타이어

◆'자기파괴' 타이어

비가 올 때 운전시 눈앞에서 왔다갔다 하는 와이퍼(wiper)를 보면 "참, 누가 만들었는지 대단해"라는 감탄이 나오곤 한다. 그러다가도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저런 방법밖에 없나"라는 생각도 든다.

와이퍼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피아니스트'였다. 폴란드 사람 요제프 호프만(1876-1957)은 현재 모든 차량에 부착되어 활용되고 있는 그 와이퍼를 발명했다. 피아니스트가 자동차 와이퍼를, 어떻해?

와이퍼

와이퍼

'메트로놈(metronome)'의 움직임을 보고 "아! 저거!"한 것이다. 메트로놈은 소리를 규칙적으로 발생시켜서 1분 동안 몇 번 박자(beat)가 반복되는지를 셀 수 있게 해 주는 장치. 빗소리에 메트로놈이 왔다갔다하며 박자를 맞추는 모습이 겹치면서 위대한 발명품 와이퍼가 탄생한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은 바퀴(wheel)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머릿속에 동그라미 형상을 지니고 있다. 어린 아이에게 연필과 종이를 주면 무의식적으로 원을 그리려고 한다. 사실, 동그라미는 그리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 형상을 사물(바퀴)로 발명한 것이다. 바퀴는 이동·운송 시간을 단축한다. 바퀴를 감싸서 보호하고, 신축성 및 탄력성을 높여 편안함을 주는 것은 타이어다. 타이어는 생사를 가를 만큼 중요한 부품이다. 문제는 펑크(flat tire)가 나면 교체할 수밖에 없다. 돈이 들고 시간을 뺏긴다.

지난 4일 글로벌 타이어업체 미쉐린이 '폭탄선언'을 했다. "2020년부터 공기를 주입하지 않는(에어리스·airless) 타이어를 선보인다."

메트로놈

메트로놈

이날 공개한 '업티스(Uptis)' 타이어는 타이어 측면이 골판지처럼 생겼다. 신소재를 이용해 기존 타이어보다 튼튼하고 공기를 주입하지 않아 펑크가 나지도 않는다.

소비자야 좋지만, 에어리스 타이어가 일반화되면 타이어 수명이 획기적으로 길어지고 판매량도 줄어든다. 업체로서는 큰 손해다. 혁신적인 신제품이 기존 시장을 파괴하는 역설이 발생하는 셈이다. 플로랑 메네고 미쉐린 CEO는 "미쉐린은 항상 시장을 파괴(disrupt)해 왔다. 기존 시장을 잃는 것에 개의치 않고 혁신하는 전략을 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지배하면 구(舊)시장이 사라지더라도 시장점유율을 늘려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미쉐린은 1946년에도 세계 최초로 '래디얼 타이어(회전방향 직각으로 보강재를 넣은 타이어)'를 출시해 '자기파괴' 전략을 펼쳤다. '교체 주기가 길어져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란 비판에도 현재 래디얼 타이어는 승용차 타이어 시장의 95%를 차지한다.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 혁신이다.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먼 미래를 보는 것이다. 큰 상상력과 수많은 작은 생각 그리고 용기만이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자기파괴'만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그리고 승자가 된다.

10살 소녀, 요세미티 910m 화강암석 정복

◆엘캐피탄

10살 난 셀라 슈네이터가 암벽 등반가들 사이에서 세계 최대 난코스 중 하나로 꼽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엘캐피탄(El Capitan) 암벽 등정에 성공했다. 콜로라도에서 등산 가이드로 일하는 아빠 마이클 슈네이터를 따라 예닐곱 살 때부터 암벽 등반에 나선 셀라는 이달 초 가녀린 몸을 자일에 묶고 높이 3000피트(910)의 엘캐피탄을 모두 5일간에 걸쳐 등정했다.

셀라의 등반은 전신에 안전벨트를 채우고 하는 하네스(harness·안전벨트) 등반으로, 암벽에 오르는 중간 중간 휴식과 수면, 영양섭취를 반복하는 과정이다.

셀라는 "모든 과정이 어려웠지만 이것이 가장 어려운 순간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특별한 사람만이 이 등반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여러분도 도전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엘캐피탄은 수직 화강암석으로, 요세미티 국립공원 북쪽에 위치한다. 엘캐피탄 정상의 고도는 2308m. 많은 암벽등반가에게 꿈과 같은 장소이다. 등반하기가 매우 까다로우며 위험하다.

엘케피탄이라는 이름의 기원은 1851년 마리포사 대대가 요세미티를 처음 탐험하였을 때 지어졌다. 스패니시로 El Capitan은 'The Captain' 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To-to-kon oo-lah" 라고 불렀다.

1989년 마크 웰맨은 하반신 불구에도 한번에 15cm씩 9000번 이상을 9일 넘게 자신을 오직 팔의 힘으로 끌어당기며 등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인간은 '60번' 세포 복제되면 노화·사망
노화로 죽지 않는 동물은 '바닷가재'

◆텔로미어

나이가 들수록 피부의 세포 재생력이 떨어지는 주요한 원인이 '텔로미어(Telomere)'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텔로미어는 번역하면 '말단 염색체'라고 할 수 있다. 염색체 말단에 존재하는 염기서열로 유전적 암호를 지니고 있지 않고, 노화에 관련된 부위다.

세포분열을 거듭할수록 DNA 말단 부분인 텔로미어가 짧아지다가 더 이상 짧아질 수 없는 단계에 다다라 세포 분열이 중단되며 손상·노화돼, 사멸한 피부 세포를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전문가에 따르면 "세포가 분열을 하게 되면 세포 내에 있는 DNA 꼬리 부분인 텔로미어가 짧아지다가 어느 한계에 이르러 세포분열이 중단되는 것이 세포 노화의 원인"이다.

텔로미어로 인한 세포 노화 기전은 미국의 생물학자 레너드 헤이플릭이 발견했다. 헤이플릭은 체세포의 분열이 거듭 될수록 세포 내 DNA 말단 부분이 짧아지다가 일정한 분열 횟수에 다다르면 더 이상 말단 부분이 짧아지지 못하며 세포 분열이 중단되는 특징을 발견했다. 헤이플릭은 이 DNA 말단 부분을 '텔로미어'라 명명하고, 이 텔로미어가 짧아지며 손상·노화된 세포가 더 이상 신생 세포로 분화하지 못하는 이른바 '헤이플릭 리미트(limit)' 때문에 신체 노화가 야기된다는 사실을 규명,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인간의 경우 약 60번이 헤이플릭 한계라고 한다. 즉, 세포가 60번 복제되면 사실상 생명체의 노화와 죽음을 가져오는 셈이다.

텔로미어의 단축으로 인한 피부 노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유산소 운동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30분 정도씩, 숨이 찰 정도로 약간 힘든 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최근 독일 라이프치히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주기적인 유산소 운동이 텔로미어 단축을 막는 '텔로머레이스(Telomerase)'의 활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텔로미어는 텔로머레이스 안의 RNA와 결합하고, 이 RNA 가닥을 주형가닥으로 복제하여 텔로미어를 신장시킨다. 텔로머레이스를 통해 텔로미어를 신장시켜 끊임없이 세포 복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원리로 늙지 않는 동물이 실제로 있다. 바닷가재다. 바닷가재는 노화로는 죽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 스탠퍼드대학 의대 연구팀이 텔로머레이스를 연장하는 효소를 개발해 냈다. 그러나 개발과 연구가 더 필요하다. 아직은 전신의 텔로미어를 모두 복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한다. 어쨌든 늙지 않는 방법이 있긴 있는 셈이다.

대부호 5세대 상속녀 글로리아 별세
CNN방송 간판 앵커 앤더슨 쿠퍼 어머니

◆밴더빌트가(家)

미국의 대표적인 부호 가문 밴더빌트(Vanderbilt) 가문의 5세대 상속녀 글로리아 밴더빌트가 지난 17일 별세했다. 95세.

사교계를 주름잡았던 패션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CNN방송의 간판앵커 앤더슨 쿠퍼의 어머니로도 유명하다. 1924년 뉴욕에서 태어난 글로리아는 프랑스에서 자랐다. 두 살이 되던 해, 아버지 레지날도 밴더빌드가 돌연 숨지면서 당시 400만 달러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유산을 놓고 모친과 고모들의 재산 다툼이 벌어졌고, 당시 언론들은 글로리아를 '가여운 부자 소녀'(poor little rich girl)로 부르기도 했다.

글로리아는 화가와 디자이너로서도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발휘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굴곡진 삶을 지냈다. 세 번 이혼하고 네 번 결혼했다. 첫째 아들 카터 쿠퍼가 일시적 정신착란으로 뉴욕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지켜보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형의 비극적인 자살을 지켜본 앤더슨 쿠퍼는 거액의 유산을 거부하고 집을 떠나 방송계에 입문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교계 유명인사였던 글로리아는 노래 '마이 웨이'(My Way)의 프랭크 시내트라, 영화 '대부'의 말론 브랜도 등 당대 스타들과 각종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밴터빌트가(家)는 코르넬리우스 밴더빌트(1794-1877)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철도왕이자 선박왕으로 사망 당시 1억 달러의 유산을 남겼다. 이는 당시 미국 GDP의 1.5%의 거액이다.

코르넬리우스는 11살 때 학교를 그만두고 아버지 밑에서 여객선 일을 도왔다. 16살 때 여객선을 구입해 본격적으로 선박업에 발을 디뎠다. 남북전쟁 때는 자신이 운영하는 여객선을 해군에 기부하고 남부군의 무역선을 파괴하는 공을 세운다.

남북전쟁 이후 급부상하는 철도 산업에 관심을 가졌고 그 당시 모두가 기피하던 뉴욕/할렘 철도선을 포함한 네 개의 철도선의 대주주가 된다. 이때부터 코르넬리우스는 선박업을 처분하고 철도업에 올인하게 된다. 북동부와 중서부에 위치한 모든 철도는 그의 손안에 있었다.

록펠러와 카네기가 나오기 전까지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한 부자였다.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는 밴더빌트 대학교가 가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요세미티 엘캐피탄

요세미티 엘캐피탄

등반하는 10살 셀라.

등반하는 10살 셀라.

젊은 날 글로리아 밴더빌트(왼쪽 흑백). CNN방송 간판앵커인 둘째 아들 앤더슨 쿠퍼와 함께한 글로리아.

젊은 날 글로리아 밴더빌트(왼쪽 흑백). CNN방송 간판앵커인 둘째 아들 앤더슨 쿠퍼와 함께한 글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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