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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도 못한 국경 아이들 수백 명 방치"

부모와 격리된 이민 아동들
비누·칫솔도 없이 악취 진동
기생충 감염…씻지도 못해
현장 본 변호사들 실태 폭로

텍사스주의 멕시코 접경 국경지대에서 부모와 격리된 이민자 어린이 수백 명이 열악한 환경에서 한 달 가까이 구금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NBC방송에 따르면 지난주 텍사스주 클린트와 맥컬렌에 있는 아동 구금시설을 돌아보고 온 변호사들은 아이들이 몸서리쳐지는 환경에 놓여있다고 고발했다. 해당 구치소에는 최근까지 350명이 넘는 이민자 어린이와 젖먹이들이 갇혀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 가족의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해 수용하는 '가족 분리' 정책을 펴다가 연방법원이 이를 금지토록 하고 아동학대라는 비난 여론이 일자 작년 6월 중단했다. 하지만 그 이후 자녀 단위로 입국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들이 급증하면서 이민자 억류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일부 어린이들을 별도의 시설로 옮겨 수용한 것이다.

이달 중순 현지 변호사들이 확인한 구치소의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국경을 넘은 뒤 한 달 가까이 옷을 갈아입지 못한 어린이들의 몸에서는 악취가 진동했다. 젖먹이를 안은 10대 엄마의 옷은 모유로 얼룩져 있었고, 도와주는 사람은 물론 일회용 기저귀조차 없어 7~8살 어린이조차 아기들을 돌보는데 손을 보탰다. 이들에겐 비누와 치약, 칫솔도 지급되지 않았다. 변호사들과 이야기를 나눈 어린이들은 수 주 동안 목욕을 하지 못했으며, 배가 고파서 밤에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컬럼비아 로스쿨 이민자 인권 클리닉의 엘로라 무케르지 국장은 "이렇게 끔찍한 환경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맨바닥에서 한 달 가까이 잠을 청하다 보니 어린이 중 상당수는 독감에 걸렸다. 기생충에 감염된 어린이도 다수였다. 규정상 이민자 어린이들은 체포 후 72시간 이내에 보건복지부(HHS) 산하 보호시설로 옮겨져야 한다. 하지만 관련 당국은 보호시설이 포화 상태란 이유로 어린이들을 구치소에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판이 잇따르자 이민자 아동을 구금한 세관국경보호국(CBP)측은 클린트 수용시설에 있던 아동 300여 명을 지난 주말 사이 텍사스주 엘파소 인근 텐트시티로 이송했다.

텐트시티에서 일부는 연방 보건복지부가 군 기지와 남부 텍사스 지역에 운용하는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민당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건복지부 보호시설에 침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100여 명은 다시 클린트의 비위생적인 구금시설로 되돌아왔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충격적인 구금 환경에서 여기저기 떠밀리고 있지만, 워싱턴DC 의사당에 제출된 이민자 처우개선 법안은 정쟁 속에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백악관은 민주당 주도로 마련된 45억 달러 규모의 불법 이민자 처우개선 법안에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국경장벽 건설 등 국경 안보를 강화할 조항이 빠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국경을 넘어오다 체포된 이민자 수는 올해 2월 7만6000 명에서 4월 10만9000명으로 10만명을 넘었고 5월에는 14만4000명으로 불어났다. 이 가운데 10만명 이상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이민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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