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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국경서 부둥켜 안고 숨진 부녀

미국 국경 이민자 구금시설이 터져 나갈 지경이다. 불법이민자에 대한 강경책은 여전하지만 어떻게든 미국 땅을 밟으려는 중미 이민자들의 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격리된 아이들이 있는 곳의 상황은 최악이다. 텍사스 주 불법이민자 아동 구금시설을 방문한 인권 변호사들은 아이들이 터무니없는 환경에 방치돼 있다고 고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구금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너무 어린 아이들이 교도소 같은 시설에 갇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공개된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 부녀의 사진 한 장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 속 부녀는 강에 엎드린 채 숨졌다. 아빠와 23개월 딸은 멕시코 이민자 보호소에서 머물다 리오그란데 강을 헤엄쳐 미국으로 가려다 변을 당했다. 아빠는 딸을 먼저 강둑에 데려다 두고, 아내를 데려오려 다시 강을 헤엄쳤다. 이때 딸이 멀어져 가는 아빠를 보고 강으로 뛰어들었고, 아빠는 곧바로 돌아가 딸을 붙잡았지만 급류에 휩쓸리고 말았다. 아내는 이 장면을 보고 울부짖었다. 두 돌도 채 안된 딸은 마지막 순간까지 팔로 아빠의 목을 감싸고 있었다. 아빠는 딸을 놓칠까 셔츠 안에 아이를 넣었다. 부녀의 시신은 이튿날 아침 급류에 휩쓸려 간 곳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멕시코 마타로모로스 강가에서 발견됐다. 같은 날 리오그란데강 인근에서 20대 여성과 젖먹이 아이 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2일에는 애리조나주 사막에서 6살 인도 소녀가 숨졌다. 지난해 국경의 강과 사막에서 사망한 이민자는 283명. 지난 2월, 7만6000명이었던 국경 체포 이민자는 지난달 14만4000명까지 늘었다. 이 중 40%는 엘살바도르 부녀가 숨진 리오그란데강 인근에서 체포됐다.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있고 강물이 불어나 있어 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결책이 시급하다. 이민자 부녀의 참담한 사진이 공개된 날 하원은 뒤늦게 45억 달러의 긴급 국경 보조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상원통과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백악관은 법안에 국경장벽 건설 등 국가안보 조항이 없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아동구금시설 실태에 "염려하고 있다." 고만 답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부녀의 사진까지 공개되면서 비난이 일자 제대로 법을 만들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망명법 등 관련법의 허점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살바도르 부녀의 사진은 지난 2015년 9월 터키 남부 휴양지 보드룸 해변 백사장에서 엎드린 채 숨진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를 연상시킨다. 난민선이 좌초돼 바다에 빠진 쿠르디는 익사했고 시신은 해류에 떠밀려 터키 해변 백사장에서 발견됐다. 당시 이 사진은 전세계에 충격을 줬다. 유럽 각국 지도자들은 애도를 표했고 반 난민 정책을 폈던 일부 국가들이 일시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꿈꿨던 엘살바도르 부녀의 사진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행복하게 웃고 있는 생전 모습에 더 눈물이 난다. 불법이민자 아동 구금시설 실태가 알려지자 보호소에 치약, 비누 등 위생용품과 기저귀 등을 기부하겠다는 연락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직접 물건을 싣고 시설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도됐다.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는 없다. 다만 정체돼 있는 법안 처리에 속도라도 좀 붙길 바란다.


부소현 JTBC LA특파원·부장 bue.sohy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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