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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목사 목회칼럼: 온 세상에 퍼져가는 일편단심 민들레

어릴 적 소풍을 가거나 외할머니 댁에 놀러가서 시골길을 걷다 보면, 길 옆에 동그랗게 솟아난 호두알만한 크기의 솜뭉치를 발견하곤 했다. 짧지 않은 거리지만 그 길이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민들레씨를 뽑아 부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는 법이 없듯, 지나가던 길에 발견된 민들레는 눈앞이 노랗게 질릴 때까지 보이는 족족 뽑아 불었다. 어린 나이에 많지 않은 스트레스를 날리는 기분이었다. 재미난 놀이 뒤에 다른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내가 잔디를 깎기 전까지는.

아무 생각없이 뽑아 불었던 민들레는 더러는 길 가에, 더러는 돌밭에, 더러는 가시덤불에, 그리고 잘 정돈된 누군가의 잔디밭으로 날아간다. 잔디를 깍고 다음날 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어느 틈엔가 민들레 줄기가 솟아 올라있다. 이쪽에 핀 민들레를 뽑고 나면 다음날 다른 쪽에 솟아 있다. 약을 치고 뿌리채 제거해도 기어이 꽃망울을 피워 올린다.

민들레는 뽑아 본 사람은 알겠지만, 민들레는 뿌리가 곧고 깊다. 살살 흔들어 뽑아도 굳은 땅에 깊이 박힌 민들레는 뽑아내기가 쉽지 않다. 뿌리가 부러져 완전히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삼지창처럼 생긴 삽으로 땅을 드러내야 뿌리까지 완전히 제거가 된다.

아무리 경계하고 방어해도 나도 모르는 사이 씨앗이 내려앉아 뿌리를 깊이 내린다. 촘촘한 잔디 사이사이로 파고 든다. 귀찮아도 발견 즉시 뽑아내야 수월하게 뽑힌다. 내버려두면 뿌리는 점점 깊어지고 순식간에 민들레 밭이 되고 만다. (옆집 뒷마당은 이미 민들레 밭이 되고 말았다.)



죄가 그렇다. 악이 그렇다.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 나라 마음정원을 관리할 때 소리없이 죄의 씨앗이 날아든다. 매일같이 다짐하고 마음 먹지만, 시시각각 찾아오는 죄의 유혹과 마음의 죄가 하나 둘 생겨난다. 아무리 귀찮고 사소해보여도 발견 즉시 뽑아내고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늘 기도와 말씀의 ‘제악제’를 뿌려야 한다. 하나님의 정원이 내 마음에 들어온 이상 이 일은 우리의 사명이요 평생 관리대상이다.

잔디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민들레는 귀찮은 존재지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민들레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차로 우려먹고, 샐러드에 넣어 먹고, 즙을 내어 먹기도 한다. 특히 간기능 회복과 염증질환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사람들은 몸에 좋다 하면 씨를 말린다는 ‘썰’이 있지만, 민들레 만큼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민들레는 강한 생명력과 확산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 제초제를 사용한 땅에서 자란 민들레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민들레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며 몇가지 교훈을 얻는다. 첫째, 민들레는 조건을 따지지 않고 뿌리를 내린다. 한겨울에 잎과 줄기는 시들어 죽어도 뿌리는 살아남아 봄에 다시 꽃을 피운다. 아무리 밟아도 다시 일어나는 백성들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민초’요, 여기에서 ‘일편단심 민들레’라는 말이 유래되었다. 약을 뿌리고 뽑아 내어도 다시 솟아오른다.

최근 이슬람국가에서 기독교탄압의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초대교회를 능가하는 핍박이 있다. 비교할 바는 못되지만, 미국과 한국에도 적잖이 교회에 적대적인 세력이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환난과 핍박이 심할수록 교회는 일어난다. 누를수록 하나님을 향한 마음은 커지고, 뿌리는 깊어간다.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이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귀찮은 존재일지 모르지만, 세상 모든 민족이 구원 얻기를 바라는 하나님의 마음은 오늘도 성령 바람을 타고 곳곳으로 퍼져간다. 그리고 기어이 그곳에서 뿌리를 내려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을 향한 일편단심 민들레다.

둘째, 민들레는 뿌리를 깊게 내린다. 한번은 눈에 띈 작은 민들레를 보고 얼른 뽑아내려고 앉아서 뽑다가 허리를 다친 일이 있다. 보기에는 작은 녀석이었는데, 뿌리는 겉모습의 세 배나 되었다. 아마도 잘린 뿌리가 새로 줄기를 올린 것 같다. 우리 믿음의 뿌리가 깊어야 한다. 신앙의 경력(?)이 아니라, 믿음의 깊이다. 용비어천가 2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불휘기픈 남간 바람에 아니뮐쎄’(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신앙생활에 꽃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수님 믿고 만사형통하기를 바라지만, 인생의 바람이 거칠게 불 때도 있다. 그러나 믿음의 뿌리가 깊은 사람은 어떤 시련의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복(행복) 있는 사람은 비바람이 몰아치고 폭풍 구름이 몰아쳐도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열매를 맺고 잎사귀가 마르지 않는다. 당장은 환난을 당하지만, 결국은 형통하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 믿음의 뿌리는 더 깊어져야 한다. 믿음의 뿌리가 깊게 내리는 것은 유익하지만, 죄의 뿌리가 깊게 내리면 곤란하다. 당장에 끊어내야 한다.

셋째, 민들레의 꽃말은 ‘행복, 감사하는 마음’이다. 아무리 약을 치고 뽑아내도 민들레는 노란색, 혹은 하얀색 꽃을 피운다. 환경이 척박하고 열악해도 기어이 살아남는다. 그런데 악착같이 살아남은 치열한 모습이 아니라 평온하다. 바람에 흔들흔들 춤까지 춘다. 주변의 모든 풀들이 죽어도 민들레는 죽지 않는다. 살아있음에 대한 행복일까? 생명을 주심에 대한 감사일까? 꽃말의 유래는 알 수 없지만, 힘들고 어려운 이민생활 가운데 민들레가 주는 행복과 감사가 우리 마음 밭에 가득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민들레는 환영받지만, 있으면 안되는 자리에 있는 민들레는 천덕꾸러기다.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오히려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신앙인들이 설 자리와 서지 말아야 할 자리가 있다. 해야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예수님은 우리 마음에 있는 것이 입과 행동으로 나온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마음정원을 잘 가꾸어 사랑과 행복과 감사가 흘러 넘쳐 온 세상에 퍼져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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