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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포럼] 풀뿌리 운동으로 더 큰 승리를 향하여

2005년 민권센터(옛 청년학교)가 주관 단체 중 하나로 참여해 60여 개 단체들로 구성한 '평등한 운전면허 취득 연맹'이 퀸즈 잭슨하이츠에서 개최한 거리 행진. [사진 민권센터]

2005년 민권센터(옛 청년학교)가 주관 단체 중 하나로 참여해 60여 개 단체들로 구성한 '평등한 운전면허 취득 연맹'이 퀸즈 잭슨하이츠에서 개최한 거리 행진. [사진 민권센터]

모든 상황은 9.11사태로부터 시작됐다. 백주 대낮에 미국의 중심에서 테러가 일어났다. 미국 사회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9.11의 교훈은 "폭력에 맞서는 폭력은 옳지 않다"이다. 평화를 추구하는 노력이 중요함을 일깨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쩌면 당연하게도 미국의 위정자들은 교훈을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이용했다. 있지도 않은 대량 살상무기를 핑계로 전쟁을 일으켰다. 무고한 양민 수십만 명을 학살했다.

2002년 민권센터(옛 청년학교) 등 이민자 단체들의 서류미비자 사면 요구 100만장 엽서 청원 운동을 보도한 뉴욕중앙일보 기사.

2002년 민권센터(옛 청년학교) 등 이민자 단체들의 서류미비자 사면 요구 100만장 엽서 청원 운동을 보도한 뉴욕중앙일보 기사.

9·11이 불러온 반이민 추세
탄압에 맞서 온 이민자 운동


미국 내에서 9.11은 제도권이 주도한 악행의 기원이다. 나쁜 역사의 반복을 연출했다. 반이민 추세를 다시금 일으키는 이유로 작동했다. 국가 안보를 미명으로 인권 탄압을 합법화한 소위 '애국법'을 필두로 반이민 정책들이 양산됐다. 아직도 미국 사회는 9.11의 여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이민정책이 그러하다. 그때부터 이민자는 때리면 맞는 동네북이 되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했다. 당연히 사람은 부당한 탄압을 받으면 반발한다. 2006년에는 베트남전 반전 시위대보다 많은 이민자들이 전국의 거리로 뛰쳐나왔다. 전년도에 연방하원을 통과했던(상원에선 사장됐던) 센센브레너-킹 법안이 도화선이었다. 서류미비자를 형사 범죄자로 낙인찍고 심지어 그들을 도운 사람들로 처벌하겠다는 최악의 반이민 법안이었다. 이민자들은 분노했다. 인종을 초월한 이민자들은 반이민법 철폐, 이민 개혁을 외치며 통합된 존재를 드러냈다. 40만 명이 운집했던 뉴욕 행진에는 한인 커뮤니티도 대거 참여했다. 수백 명이 플러싱 림프만 플라자에 집결하여 우리 삶의 애환이 담긴 7번 전철을 타고 맨해탄으로 향했다. 전국을 휩쓴 이민자 행진을 두고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잠자는 거인이 깨어났다"라고 표현했다. 그때 이민자들이 앞세운 대표 구호는 '우리가 미국이다(We Are America)이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자존감을 드높인 강렬한 존재 선언이다.



아쉽게도 잠에서 깨어난 거인은 완전한 승리를 움켜쥐진 못했다. 2010년에는 연방하원에서 통과된 드림액트가 연방 상원에서 좌절됐다. 의사진행 방해 발언인 필리버스터가 장벽이었다. 2013년에는 초당적 이민개혁 법안이 연방상원에서만 통과됐다. 연행을 각오하고 워싱턴DC 의사당 점거 농성까지 불사했던 민권센터 실무자들은 쓰라린 좌절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 20여 년간 제도권은 탄압했고 이민자들은 싸웠다. 단체들뿐 아니라 함께 했던 수많은 풀뿌리 대중들이 큰 몫을 차지한다.

이민정책 현안 승리한 뉴욕
시민참여·대중 캠페인 결과


뉴욕주로 시선을 좁혀보자. 2002년 파타키 전 주지사는 하등 쓸데없는 조치를 취했다. 소셜번호가 없는 이민자의 운전면허증 취득과 갱신을 불허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전까지 운전면허 취득에서 이민 신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것이 아무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다. 파타키의 문제를 야기하는 정책 때문에 약 30만 명의 이민자들이 졸지에 운전면허를 상실했다. 민권센터와 뉴욕 일원의 60여 개 단체들은 '평등한 운전면허 취득 연맹'을 결성하여 맞섰다. 그 결과 2007년에 스피처 전 주지사는 서류미비자에게 운전면허증을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공표했다. 그러나 반이민 세력의 압력에 굴복한 스피처는 금방 방침을 철회했다. 세월이 흐르고 최근 수년간 이민자 단체들은 다시 '그린 라이트 연맹'을 결성하여 전방위로 활동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린 라이트 법안'의 주 의회 통과를 견인하여 오랜 소망을 달성했다.

연초에는 지난 8년간 캠페인을 펼쳐온 뉴욕주 드림액트가 법제화되었다. 서류미비자 대학생들도 주정부 학자금 지원 혜택을 받게 되었다. 커뮤니티의 미래인 그들이 대학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꿈을 계속 펼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금년도 주 의회가 회기 막판에 통과시킨 임대 안정화 법률도 이민자 커뮤니티에겐 의미가 깊다. 1980년대에 임대 안정화 법률들이 개정되면서 세입자의 권리는 급격히 위축됐다. 법률이 내포한 허점들로 인해 렌트 규제 대상 아파트가 감소하고 강제 퇴거가 자행됐다. 임대 안정화 법률의 개혁은 임대 회사들의 막강한 로비를 뚫고 달성한 승리다. 렌트 규제 대상 아파트에 사는 한인 세입자들의 권리도 확장됐다.

작년 중간선거로 뉴욕주는 민주당이 주정부와 주 상원 및 하원까지 공히 장악하는 정치구도가 형성됐다. 지난 70년의 뉴욕주 정치에서 2년 밖에 없었던 호기를 맞았다. 이에 이민자 단체들은 주 차원의 개혁 입법 통과에 총력을 쏟았다. 뉴욕주 차원의 성과들은 단순히 주 의회 정치 공학에 의존한 결과물이 아니다. 그러한 정치구도 역시 시민과 이민 유권자들이 선거 참여로 만들었다. 대중들이 가만히 있는데 정치권이 알아서 논란이 동반되는 개혁 입법을 통과시키지는 않는다. 금년 상반기의 일련의 성취는 대중 캠페인과 시민참여가 바탕이 된 작품이다. 권리는 요구하는 자의 몫이다.

연방 이민정책을 바꿔야
풀뿌리 조직화로 내년 대비


공교롭게도 뉴욕주 운전면허증 법안 통과에 환호한 그날 트럼프 발 공작 정치가 가동됐다. 서류미비자 수백만 명의 추방을 공언하며 이민단속국의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했다. 러시아 스캔들로 위기에 봉착한 트럼프는 이민자 때리기로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전가의 보도로 사용한 더럽고 사악한 책동이다. 허풍이 가미된 트럼프의 망동은 명징한 진실 한 가지를 가리킨다. 결국 연방 차원의 이민 정책이 핵심이다. 문제는 포괄적 이민 개혁이다.

단속 우선 정책은 국가 재원만 낭비할 뿐이다. 이민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지 못한다. 이미 20여 년의 경험에서 증명됐다. 그럼에도 트럼프와 반이민 세력은 진실을 외면한다. 현재의 혼란이 그들의 정치에는 유용하기 때문이다. 가장 약한 고리인 서류미비자를 공격하며 합법 이민 축소까지 획책한다.

2019년 상반기에 주 단위에서 일련의 승리를 거둔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자명하다. 커뮤니티 조직화로 이민자 운동의 힘을 강화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우리 앞에는 대선을 포함한 연방 선거와 주 선거가 한꺼번에 있는 2020년이 기다리고 있다. 10년마다 한 번씩 실시되는 인구조사도 중요하다. 우리 한인 커뮤니티는 지금까지 20여 년간 이민자 운동의 현장에서 확실한 역할을 수행했다. 200개가 넘는 회원 단체들을 보유한 뉴욕이민자연맹(NYIC)은 민권센터 출신의 한인 사무총장들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10여 년째 이끌고 있다. 아시안 아메리칸 커뮤니티에선 민권센터가 20개 단체들이 결집한 아시안정치력신장연맹(APA VOICE)의 주관 단체로 활동한다. 매년 선거 때마다 10만 명이 넘는 뉴욕시 아시안 유권자 가정의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하며 투표 참여를 추동한다. 우리는 소수민족 중의 소수민족이지만 이민자 운동에선 당당한 주류다. 한인 동포들의 끊임없는 참여로 구축된 우리의 힘이다. 이제 2020년을 바라보며 신발끈을 조여맬 순간이다. 풀뿌리 운동으로 더 큰 승리를 향해 나아가자.


차주범 / 민권센터 선임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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