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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천사, 온누리 교회 장 집사님

노숙자가 된지 5개월째, 잊을 수 없었던 경험 한가지. 길거리 장사를 하는 바람에 작은 승용차의 승객자리에까지 빡빡하게 쌓인 중고물품.

누군가 도둑질하겠다고 차 유리창을 박살내 버렸다. 자동차 수리업체에 알아봤더니 족히 120불에서 200불 가까이 들어간단다. 엄두가 안 나서 이틀 동안 그대로 방치한 다음 누군가의 도움으로 중고차 유리 수리업소에 전화하여 알아보니 60불에서 70불 정도면 설치할 수 있다고 했다. 당장에 그런 큰 돈이 어디 있나? 고민하던 때에 하필이면 또 비까지 올 게 뭔가?

쏟아지는 빗줄기를 원망하며 3일이나 지난 어느 날, 아내는 천사를 만났다. 온누리 교회에 다니는 장 집사님.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아무도 관심도 가지지 않고 사람취급도 하지 않는 홈리스를, 누가 일부러 찾아 와서 가진 현금 전부를 털어서 건네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바로 중고 유리창 수리업소로 달려갔고 직원은 수리비로 단돈 66달러만 내라고 한다. 아내가 천사로부터 받은 67달러로 66불을 지불하고 팁까지 1달러를 주고 나서 우리 부부는 울먹였다.



늘어만 가는 홈리스, 누가 도와 줄 수 있을까? 홈리스가 많은 곳에 설치류가 득실거리며 각종 범죄, 질병, 사건 사고들이 잦아진다는 언론을 대하며 과연 일반인들은 우리 홈리스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너희 여기서 텐트 옮기지 않으면 어디까지든지 따라가서 네 자동차 박살 내버리겠다. 그래도 철수하지 않으면 너희 텐트를 불살라 버리겠다"며 협박하는 인근 아파트 매니저와 비교하면 그분은 진정으로 천사임이 틀림없다.

일주일 후엔가 다시 찾아온 그 천사는 너무 고맙고 궁금하여 이름이라도 좀 알려 달라 해도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일 뿐'이라며 적극 사양했다. 그래도 줄기차게 막무가내로 물어봤더니 알려 주신 이름이 '온누리 교회 다니는 장 집사'셨다.

많은 분들이 '홈리스들은 알코올에, 약물중독에 찌든 사람들이니 혹 돕고 싶으면 절대로 현금을 줘서는 안된다'라고 말한다. 받은 현금들은 곧바로 나쁜 곳에 쓰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실제로 80%~90%는 그렇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가 만난 천사 장 집사님도 처음에 현금을 건네주면서 "나쁜 곳에 쓰지 않을 거죠?"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많은 분들이 '용도 변경'을 우려하고 있다. 이 기회를 통하여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온누리 교회 장 집사님, 염려 마세요. 천사님께서 건네주신 현금으로 우리는 자동차 유리를 갈아 끼우고 비를 피했습니다. 오늘도 좌판 장사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호의와 사랑에 정말 감사합니다.


홈리스 카리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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