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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신세대 육아 체험기

박영혜 / 리버사이드
박영혜 / 리버사이드 

[LA중앙일보] 발행 2019/06/28 미주판 23면 기사입력 2019/06/27 18:39

요즈음 젊은 엄마들은 출산을 하면 모유를 먹이려고 신경을 쓴다. 의사도 일년은 모유를 먹이는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안고 젖을 먹이며 엄마와 아기와의 사랑과 정이 오가는 것은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다. 모유를 먹이면 엄마도 편하다. 아이의 건강에도 제일 좋다고 한다.

전에 친구가 교사인 딸이 학교 출근하면서도 모유를 먹인다 해 아이를 학교로 데려가느냐 물었었다. 쉬는 시간에 젖을 짜서 가지고 집에 온다 했다. 나는 아주 유교적 사고를 갖은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엄마는 예부터 "딸네와 뒷간은 멀어야 한다며, 딸은 친정 자주 오가면 문제 생기다"고 하셨다. 엄마 가신지도 이십오 년 지났지만 그때 난 "요즈음은 화장실이 안방에 있는데 엄마는 옛날 이야기만 한다"고 대꾸를 했었다.

가끔 친정에 가도 잠은 자지 말고 가라고 하셔서 아플 때 빼고는 자고 온 기억이 없다. 옛날처럼 몇백 리도 아니고 차 타면 금방 가는데 자긴 왜 자느냐 하셨다.

그런 환경 속에 살다 보니 나도 딸에 대한 생각이 엄마와 비슷해 진 것 같다. 첫아기를 낳았고 백일이 되어서야, 결혼 후 삼 년 만에 샌프란시스코 딸네를 처음 갔었다. 너무 무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도 했다.

남편은 든든한 시댁 가족들에, 다 바쁜 애들인데 웬 걱정이냐 했었다. 올 봄 딸이 직장을 옮기며 뉴욕 출장을 갈 때 낮에는 아기를 케어센터에, 밤 시간에는 아직 은퇴를 안 한 시어머니가 아기를 보아 준다기에 고마우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이달 초 뉴욕에 출장을 또 가야 하는데 엄마 올 수 없느냐는 말에, 동영상 속 눈망울을 반짝이며 기기 시작한 귀여운 손자를 생각해 당연히 간다고 했었다. 젖을 먹이다 먹이지 않으면 불어나는 젖으로 딸이 많이 힘들겠다는 걱정도 되었다.

뉴욕에 간 이튿날 모유가 왔다. 특수포장은 내용물에 비해 크고 견고했다. 난 이틀이나 된 젖을 먹여도 되나 염려되었지만, 가르쳐 준 대로 젖병에 팩에 든 모유를 넣고 따듯한 물에 넣어 데워서 손주에게 먹였다.

이틀 뒤에 두 번째 모유가 왔다. 딸이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 젖병과 젖 짜는 플라스틱 기계, 스티커 같은 것들이 물통에 들어있었다. 난 동그란 스티커들은 잘못 들어갔나 싶어 건져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딸이 젖병을 물통에 담가놓은 중에서 버린 것 없느냐고 물었다. 동그란 스티커 같은 것만 건져버렸다 했더니 그것이 젖 짤 때 쓰는 것이란다. 그것이 없으면 젖을 못 짠다고 했다. 젖을 짤 수 없어 아기에게 젖을 좀 먹으라고 젖을 물려도 배가 불러 젖을 빨지 않았다.

사위는 쓰레기통 속에서 2개의 스티커를 찾았다. 나는 좀 민망하기도 하고, 딸은 더럽다고 버리라고 했다. 옛날에 비해 완전히 준비된 '포장 아기 우유'는 젖꼭지만 바꾸니 편했다. 편하지만 조금은 데워야 해서 엄마 젖을 먹이는 것보다 못했다.

시대가 바뀌어도 엄마가 아기에게는 젖을 먹이는 것은 태초부터 달라지지 않은 것 중에 하나라 생각했다. 이달 초 딸네 방문은 삼십오 년만의 신세대의 유아 양육 체험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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