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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불 꺼지는 연구소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 한국 과학기술 여명기의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는 최형섭 초대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소장의 회고록 제목이다. 1966년 설립돼 한국 과학기술 관련 정부 출연연구원들의 모태가 된 KIST의 별명이기도 하다. 전력이 부족하던 시절, 연구에 몰두하느라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던 '희한한' 연구소를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그러던 출연연들에 불이 꺼지게 됐다. 다음달부터 본격 시작하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변화다. 취지는 좋다. 무조건적인 성장과 높은 성과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렸던 과거와 달리, 일할 때는 집중하고, 휴식할 때는 쉬자는 뜻이다.

문제는 연구소 박사들에게도 이 제도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주 52시간제를 어기는 '연구 노동자'가 있을 경우 '사업주'(연구소장)가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당장 정부 출연연들이 모여있는 대전 대덕특구에서 난리가 났다. 기한을 정해 두고 한국형 발사체와 달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항공우주연구원과 같은 곳은 더욱 그렇다.

재량근무제라는 특례규정이 있긴 하다. 연구소 등 업무의 성격상 업무 지시보다 근로자 재량에 위임하는 것이 나은 사업장의 경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 수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재량근무제는 노사합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 하지만 출연연 직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재량근무제 도입을 우려한다. 휴일이나 밤늦게 연장 근무를 해도 수당으로 인정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전 출연연의 한 본부장은 "연구자들을 더 뽑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뾰족한 묘수가 없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아. 그러고 보니 25개 과기 출연연 중 재량근무제를 무리 없이 도입한 곳이 하나 있다. 맏형 격이며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라 불렸던 KIST가 그곳이다.


최준호 / 한국 중앙일보 과학&미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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