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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전쟁과 평화' 그리고 트럼프

김종훈 / 편집국장
김종훈 / 편집국장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7/01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9/06/30 17:07

지난달 민주당 대선 후보 1차 토론회. '같은 말 서로 다르게 하기'로 줄곧 갑갑했던 가운데 아주 잠깐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털시 개버드 하와이주 연방하원의원이 베풀어 준 아주 짧은 겨를이었다.

이라크전 참전군인 '벼슬'이 있는 개버드는 흔치 않게 해외주둔에 맞서는 사람이다. 그는 미국이 다른 나라의 일에 끼어들어야 하는 지에 대한 얘기 가운데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군들을 모두 불러들여야 한다"고 서슴지 않고 말했다.

그는 요즘 이란과의 다툼에 대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쟁에 미친 내각이 우리를 전쟁 코 앞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걱정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도 '핵전쟁'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얼굴도 잘 모르는 개버드가 다음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짬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는 '이민' '건강보험' '기후변화' '빈부격차' '학자금 빚' '낙태' '동성애'를 비롯한 여러 얘기 속에 묻혀 빛을 내지 못하는 '전쟁' 이야기를 뿜어내는 알찬 후보다. 그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펼쳐지는 '다른 나라 정권 교체' 정책에 꽤 오래 맞서왔다. 미국이 껴들기를 한 나라 가운데 더 좋아진 곳이 없다는 참말을 하는 드문 정치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토론회에서 개버드의 쓴 소리를 들은 팀 라이언 오하이오주 연방하원의원은 "꼭 트럼프의 말을 듣는 것 같다"고 맞받아 쳤다. 어처구니가 없다.

언제부터 트럼프가 '비둘기'가 됐나. 트럼프는 개버드의 말처럼 다른 나라와의 일을 다루는 자리에 '전쟁에 미친 사람들'을 잔뜩 앉혔다. 그리고 나라 안에서 '인종.이민.성.소득 계층 전쟁'을 일삼고 있다. 밖으로는 이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예멘을 비롯 곳곳에서 전쟁의 불을 지피고 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유럽 나라들과 함께 이룬 이란과의 합의를 홀로 깼고, 이스라엘만 감싸면서 팔레스타인과의 다툼을 부추기고 있다. 연방의회에서 보낸 '예맨 내전 개입 중단 결의안'도 내던졌다. 전쟁에 피눈물을 삼키는 난민들을 나 몰라라 하고, 전쟁으로 배를 불리는 군수업체들의 '외판원' 노릇을 위해 우리가 낸 세금으로 온 누리를 날라 다니고 있다. 그리고 기후협약에서 홀로 빠져나오면서 지구를 '환경 파괴 전쟁'으로 내몰고 있다.

그런데 그가 몇몇 나라에서 떠나겠다고 으름장 놓고, DMZ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손을 잡았다고 '비둘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의 속내가 어떻던 북한이 핵무기를 내치고, 한반도에 평화가 깃드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리 저리 둘러봐도 트럼프는 여전히 우리가 아는 그 '트럼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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