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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콩깍지가 씌다

우리말 표현에 '콩깍지가 씌었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주로 사랑하면 상대에 대해서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좋게만 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깍지의 어원을 생각해 보면 우선 발음이 유사한 '껍질이나 껍데기, 까풀, 꺼풀' 등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이런 어휘들은 '겉'이라는 단어와도 관련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상으로만 어원을 접근해 본 것입니다.

그런데 깍지의 경우는 어원에 대해 다른 해석이 가능합니다.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말에는 '각디'로 나타납니다. 과일의 껍질을 과각자(菓殼子)로 표현하고 '각디'로 읽는 경우가 있어서 한자와의 연관성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각(殼)'은 갑각류(甲殼類)라고 할 때의 각으로서 껍질을 의미합니다. '각자(殼子)'라는 단어도 껍질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자(子)는 옛 중국어 등에서 '지'로 발음되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각디는 한자를 읽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각디가 된소리되기와 구개음화가 되어 '깍지'로 변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각에 대한 순우리말은 '꼬투리'로 나옵니다. 콩깍지를 다른 말로 '콩꼬투리'라고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깍지는 한자어, 꼬투리는 순우리말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콩깍지가 씌다가 순우리말 관용 표현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순우리말 표현인 줄 알았는데 외래의 표현인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콩깍지가 씌다'에 대한 다른 언어표현의 똑같은 표현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영어에서는 '사랑에 눈이 멀다' 같은 표현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 일본어에서는 비슷한 의미를 담은 표현으로 '마마 자국도 보조개'라는 표현이 있는데 어떤 모습도 좋아 보인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콩깍지가 씌다라는 표현이 처음 사용된 문헌이나 환경 등을 살펴보아야 더 정확하게 기원을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콩을 털다가 콩깍지가 날아가 눈에 붙어 정확히 보지 못한 데서 유래하였다는 의견도 있는데 근거를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면 민간어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간어원은 재미있게 말을 풀어보는 놀이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수많은 민간어원이 있습니다.

제가 볼 때는 콩이 껍질 속에 들어있는 모습이 '눈' 모양과 비슷해서 눈에 비유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눈꺼풀과 콩깍지의 유사성을 보고 콩깍지가 씌었다고 말한 것 같습니다. 콩깍지가 약간 불투명하여서 정확히 밖을 볼 수 없다는 것에 착안한 비유가 아닐까 합니다. 불투명하다는 말은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말,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말과 통합니다. 콩깍지 때문에 정확히 보지 못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랑을 하면 눈에 콩깍지가 씌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을 하면서 이것저것 계산을 하고, 정확히 판단해서 장단점을 구별한다면 진정한 사랑이 아닐 겁니다. 단점마저도 좋게 보아야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콩깍지가 금방 풀리거나 벗겨지는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아했던 사람의 단점이 자꾸 눈에 들어오는 거죠. 처음에만 콩깍지가 씌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지날수록 이해의 마음이 깊어져야 할 겁니다. 정말 사랑한다면 콩깍지가 오래 유지되기 바랍니다. 종종 단점이 보여도 눈감아 주세요. 콩깍지는 이해의 다른 이름일 수 있습니다.

콩깍지의 순우리말인 꼬투리를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상대의 단점을 자꾸만 생각해 내는 것은 꼬투리를 잡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콩깍지가 씌었던 사람이 꼬투리를 잡으니 더 서운할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서 꼬투리도 잡지 말기 바랍니다. 서로 사랑하고 위로하기에도 짧은 세상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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