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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등대를 켠 한인타운 CEO들

"LED 마스크의 제품 수명은 63년입니다." 카후나 마사지 체어의 제이 안 대표는 설명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던진 돌발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4인 가족이 모두 매일 1시간씩 사용해 하루 4시간 작동한다는 조건에서다. "그럼 2인 가정이면 126년인가요?"라고 묻자 "LED 램프는 수명이 정해져 있어 126년이 맞습니다"란 답이 돌아왔다.

역시 이 정도는 돼야 하는 법이다. 공학도답게, 제품개발자답게, CEO답게 말이다. 이런 순발력은 명석함 이전에 깊은 이해, 깊은 이해 이전에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유능한 CEO를 만나는 건 즐거운 경험이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능력자들이 많다. 이들은 실력으로, 안목으로, 열정으로 승부한다.

LA 한인타운의 한 국밥집 사장도 그들 중 하나다. 익명을 원한 그는 대화하는 내내 '서민들이 먹는 저렴한 음식'을 강조했지만 역설적으로 묘한 고집을 부렸다. 냉동육을 쓰지 않고, 조미료도 거부하며, 주방은 개방돼 있어야 하고, 실내 장식은 한국적인 분위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논리로 따지면 모순이지만 "내 가게는 그렇게 할 것"이라는 말에 토를 달 수 없었다.

지난 3월 설립된 한미에너지협회(KAEA)의 조셉 김 회장은 오래 바라왔던 꿈을 이뤘다. LA 총영사관과 협력해 한인 에너지 전문가 그룹을 세운 것이다. 직접 에너지 기업을 경영하며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음을 체득한 김 회장은 "에너지 사업은 힘을 모으면 주류시장에서도 충분히 톱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하며 의욕을 내비쳤다.



김철우 보성 군수도 스스로를 CEO에 비유했다. 녹차 생산을 독려하고, 제품을 개발하며, 마케팅 아이디어를 내고, 수출하러 해외출장도 다닌다. 최근 LA의 기자회견에서 그는 기자들의 얼굴을 사진으로 찍으며 한사람씩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런 식이면 김 군수를 만난 사람이 보성 것이 아닌 다른 녹차를 마실 수 있을까 싶었다.

해태USA의 정정우 사장은 삼계탕, 삼계죽의 미국 수출 최전방에서 뛰고 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유일한 한국산 육가공 식품을 취급하면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그는 거듭 말했다. 이제는 한인 시장을 넘어 아시안 마켓과 온라인 시장으로도 시야를 넓힌 그의 명함에 적힌 '열정, 혼, 믿음'이란 문구가 새삼스러웠다.

이지훈 교수의 경영서 '혼(魂)·창(創)·통(通)'은 성공하는 경영자가 가져야 할 세 가지 덕목으로 제목을 지었다. 풀어서 설명하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명확한 비전(혼)과 그 비전을 실현할 실행력(창)을 갖고 누구와도 제대로 소통하고 공감(통)할 수 있다면 불확실성의 폭풍우를 비추는 등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주들에게 물으면 대부분 경영 환경이 날로 힘들어 진다고 한다. 당장 이달 들어 LA의 최저임금이 또 올랐으니 경영주들에게는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주변에는 기회를 만들고, 위험을 활용하며, 상황을 바꾸고, 성과를 이루는 CEO들이 존재한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경영의 실력을 닦고 발휘하기 좋은 때라는 소리다. 경쟁자들이 인건비와 노동법을 탓하며 표류할 때 유능한 CEO는 제품과 고객을 연구하고, 본인만의 철학을 지키며, 부지런히 직접 뛰고, 나름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지금도 활로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류정일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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