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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대화의 힘, 소통의 힘

이틀이 지났는데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판문점회담은 그 감동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한반도평화 프로세스가 다시 활기를 찾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동안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친서와 트위터, 그리고 국내 보수우파들의 견제와 심지어는 북한 당국자들로부터 '참견 말라'는 수모를 받아가면서도 흔들림 없이 대화를 촉구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앞으로 2~3 주 내에 실무팀을 구성해 포괄적 협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조치와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 조치 간의 견해차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난관 없는 협상이 어디 있으랴.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대화의 힘, 소통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가 증명되었다.

13세기 신성로마제국 시대의 진보적 군주로 알려진 프리드리히 2세는 인간에게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실험해 본다며 갓난아이 6명을 영아 보육실에 넣어두고는 유모들에게 먹이고 재우고 씻겨주는 일은 하되 절대로 말은 하지 말라고 일렀다. 그 결과 아이들 6명은 시름시름 앓다가 모두 생존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있을 수도 없는 실험이지만 그럼에도 프리드리히 2세가 얻어낸 결과는 어린 생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젖과 수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못지않게 소통,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러 준다.

현대의 비극은 소통의 부족, 대화의 단절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말을 많이 한다고 대화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말만 하면 그건 대화가 아니다. 대화에서는 자기의 주장은 가급적 줄이고 상대방의 얘기를 경청하는 것, 그래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지지해주려는 자세와 상대방에 공감도 할 수 있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난주 그에 대한 실험이 있었다. 한인 동포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으며 비교적 정치 감각도 높은 이곳 LA에서 100여 명의 보수와 진보, 중도 각계각층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평화통일 비전 사회적 대화'를 시도해 보았다. 토론회에는 보수층의 대표 주자 자리를 지켜오는 군 출신인사도 나왔고, 자신을 빨갱이라고 비난한 사람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해 25만 달러의 승소판결을 이끌어낸 원로 진보 학자도 참석했다.

보수도 진보도 지금의 모습으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보수는 정권타도나 정파의 이익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민족의 미래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보수가 되어야 하고, 진보는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며 온건한 중도 보수와도 손을 잡을 수 있는 포용적인 진보가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서로의 주장을 주의 깊게 듣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면서 최대공약수를 찾아가자는 이 사회적 대화가 단숨에 무슨 결과물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조연을 택했다. 그러나 이제는 중재자의 역할을 뛰어넘어 당사자로 나서야 할 때다. 민족의 이익을 위해서다. 북한은 국제 사회가 추호도 의심하지 않을 만한 비핵화 결심을 선포해야 하고, 미국은 북한이 제제 완화 대신 체제 안전보장으로 방향을 바꾼 점에 유의하고 비핵화의 상응 조치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거기에 평화가 있고 상생이 있기 때문이다.


김용현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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