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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LA중앙일보] 발행 2008/11/18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08/11/18 19:13

심리학자인 조나단 프리드먼과 스콧 프레이저는 오래 전에 흥미있는 실험을 했다. 그들이 재직했던 스탠포드 대학 주변 주택소유주들의 협조를 얻어 집 앞뜰에 대형 안전운전 캠페인 광고판을 세우는 실험이었다.

실험 관계자들은 집들을 찾아가 대형 광고판을 보여주면서 공익에 필요하다는 설명과 함께 앞뜰에 설치하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광고판의 크기는 흉물스러울 정도로 컸고 쓰여진 캠페인 문구도 거칠었다.

집주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안전운전 광고판이 너무 커서 집의 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여러 집을 수없이 돌아 다녔지만 어느 한 곳에서도 허락하는 집이 없었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캠페인이라고 설득했지만 주인들은 완강하게 거절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을 희생할 수 없다는 이기심 때문이었다.

다음 실험에서는 작고 아담한 크기의 광고판을 제작해 주택가를 돌았다. 이전 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캠페인의 목적을 설명하고 설치를 허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번에는 집주인들의 대부분이 승낙했다. 공익 추구라는 목표는 같았지만 광고판의 크기에 따라 집 주인들의 반응은 크게 달랐던 것이다.

프리드먼과 프레이저는 실험의 마지막 단계로 다시 대형 광고판을 들고 작은 광고판 설치를 허락했던 집들을 찾았다. 그리고는 광고판이 너무 작아 안전운전 캠페인 효과가 크지 않으니 대형 광고판을 세워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제의를 듣고 주민들의 76%가 대형 광고판 설치를 허락했다. 대형 광고판 허가율이 0%에서 76%로 변한 것이다.

이번 실험은 작은 요구에 응한 사람은 더 큰 요구에도 쉽게 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에서 실시됐다. 수용 가능한 요구를 받아들인 사람들은 큰 희생이 따르는 부탁에도 협조하게 된다는 심리적인 변화과정을 증명한 것이다. 자전거를 빌려 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자동차도 빌려줄 수 있다는 이치다. 작은 희생으로 내성이 쌓였을 때 큰 희생도 인내할 수 있다.

자선행위도 마찬가지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스스로를 희생해 남을 돕는 일도 처음부터 수용의 한계를 넘어 시작하기는 불가능하다.

작은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1달러를 냈던 마음이 쌓여 수만 수천 달러의 돈을 기부할 수 있다. 시작부터 대단한 자선활동을 하겠다는 것은 자전거도 못 빌려주면서 자동차를 빌려주려고 결심하는 것처럼 힘이 든다.

오는 22일 사랑의 바자회가 열린다. 행사를 앞두고 각계에서 정성이 답지하고 있다. 집에서 안쓰던 물건을 내놓은 사람부터 거액의 기부자에 이르기까지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불우한 이웃을 돕고 추운 계절 몸 하나 누일 곳 없는 홈리스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들이다.

한 번의 행사가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불행을 행복으로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그들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음을 확인시킬 수는 있다.

깊어가는 경제불황에 삶은 점점 각박해지고 있다. 힘들었을 때 받은 도움은 비록 작아도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선행은 그에 담긴 사랑 못지 않게 시기도 중요하다. 지금이 바로 손에 든 것이 많지 않더라도 지치고 목마른 이웃을 향해 건네야 할 때다.

작은 모래 하나하나가 움직여 벽을 이루면 거대한 강의 흐름도 돌릴 수 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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