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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번개' 정상회담…숨 가쁜 한반도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는 역사적인 남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트위터로 제안을 한 지 32시간 만에 이뤄진 '번개' 회담이었다. 1953년 정전협정체결이 체결된 지 66년 만에 전쟁의 당사국 정상들이 판문점에서 악수하고 껴안는 감격스런 순간을 지켜본다는 건 분명 행운이다.

1953년 7월 27일 이곳 판문점에서 체결된 정전협정문에 서명을 한 당사자는 마크 클라크 유엔군 총사령관과 김일성 북한군 최고사령관, 펑더화이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이었다. 남한은 빠졌다.

이 땅에서 전쟁을 치렀고, 가장 큰 피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승만의 반대로 빠지게 된 남한정부는 지금까지 두고 두고 '비당사자' 입장에서 숱한 불이익과 수모를 견뎌야 했다. 고부간의 싸움에 시누이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중요 의제를 논의할 때는 문밖에 있다가 일이 틀어지면 욕만 바가지로 먹는. 북한이 툭하면 "남한은 빠지라" 는 건방을 떨어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는 확실히 달라졌다. 북한 경계구역으로 넘어갔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남한 땅으로 넘어와 문 대통령과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회담의 확실한 중재자였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간 시소게임을 하고 있는 북미회담의 물밑 조정자 역할을 해온 게 바로 문 대통령이었다.



정상회담이든 평화협정이든 남한을 빼고 해서도 안 되지만, 가능하지도 않다. 부러졌으면 부러졌지 휘어질 수 없는, 뻣뻣하기 이를 데 없는 트럼프, 김정은 두 사람만으로는 이런 식의 파격적인 번개 미팅이 성사될 리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반도 정세는 숨 가쁘다.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자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 푸틴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시진핑 중국 주석이 주요 20개국(G20)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을 평양까지 찾아가 만났다. 불안해진 일본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틈만 나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도와 달라" 고 옆구리를 찌르고 있다.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이 '번개팅'을 주선한 건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반도 정세의 헤게모니를 잡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

한반도 평화라는 게 남북, 북미관계만 잘 된다고 술술 풀리는 건 아니다. 늘 중국과 러시아, 일본이 도사리고 있다. 이들 주변 4대 강국의 역학관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남북한을 포함한 6자간 이해관계 다툼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전 정전 66년, 베트남전 종전 44년이 흘렀지만 주변 강대국들의 역학관계는 달라지지 않았다. 구한 말의 상황과도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이번 번개 회담으로 중국과 일본, 러시아는 몸이 후끈 달아올랐을 것이다. 하여, 이들의 어제까지의 움직임보다 내일의 행보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 상황에서 가장 답답하고 절망적인 집단은 국내 반정부, 반 문재인 세력이다. 강대국들의 속내를 면밀히 따져가면서 남북한이 실리를 챙기고, 협력방안을 찾아 가도 시간이 모자라는 판에 대안 제시도 없이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을 싸잡아 비판만 하고 있으니…. 어떻게 하자는 것인 지, 누구를 향한 돌팔매질인지 모르겠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환영하면서 트럼프와 한반도 평화와 공존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한국의 대통령은 '빨갱이' 이라고 몰아세우는 논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이번 '번개' 정상회담은 역사상 최초의 'SNS회담'이기도 하다. 복잡한 외교 루트를 통하지 않고 트위터로 제안, 성사됐기 때문이다. 세상이 그렇게 급변하고 있다. 졸면 코 배어가는 세상이다. 케케묵은 이념 타령만 하다가는 나라 빼앗긴다는 걸 알아야 한다.


공완섭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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