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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광장] 남가주한국학원 이사진 사태를 보며

"저는 학원의 발전을 위해 성심껏 봉사해 왔습니다. 그동안 본교가 재정위기에 처했던 시절, 이사장님들의 탁월하고도 덕망 높으신 리더십으로 학교의 재정적 재건을 하였고 학교의 내실을 기하는 제2의 도약을 하였습니다. 오늘 이 시간 저에게 이 막중한 이사장직을 맡겨주신다면 선임 두 이사장님이 닦아 놓으신 탄탄한 반석 위에(…) 충직한 심부름꾼으로 다음과 같은 일을 하고자 합니다."

2004년 남가주한국학원 이사장직을 수락한 인사가 학원 이사진에 보낸 서신의 일부이다. 학원 이사회 문제가 불거져 이전 이사회 기록을 확인하다 우연히 눈에 띈 문서를 읽어보게 되었고 먹먹해진다. 지난 1년 반이란 시간 동안 남가주한국학원 당연직 이사 임무를 수행하며, 여러 가지 고뇌가 있었다. 삶에서 힘든 일이 닥치면 옛 성현이 말했던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격언이 때로는 지혜롭게 고난을 이기는 나침반 역할을 했다.

부임기간이 정해져 있고 본국으로 귀임하는 것이 주재관에게 처한 현실이고, 언제가 LA생활을 반추할 때가 오리라 여긴다. 윌셔초등학교가 폐교된 것처럼 뿌리교육의 산실인 학원건물을 다른 학교가 차지해 버린 후 수년이 지난 시점에, 한인들의 기억에서조차 남가주한국학원이 잊히는 '불편한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현재 남아 있는 이사분들의 연령이 대략 70세가 웃도는 분들이어서 이제까지 내심 그분들에게 내게 부족한 지혜가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왔다. 하지만, 최근 이사회에서 이분들이 보인 행동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왜 이사 직분을 맡으려고 고집하는 걸까.



단체의 이사는 기관 발전을 위한 선의의 관리자로서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게 마련이고 정당화할 수 있겠지만, 이분 이사들이 내린 오늘날의 결정이 10년 후 어떤 결과를 낼지 생각해 보았는지 의문이 든다. 10년 이상 이런저런 직책으로 학원에서 봉사했다고 자찬하는 분들이지만, 위에 인용한 전직 이사장님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나아가 '이사로서의 의무는 숙지하고 있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인 커뮤니티 뿌리교육이 송두리째 없어지는 것을 예견하니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무엇보다 한인사회가 발벗고 나서야할 시점이다.

오늘 나의 짧은 생각이 기우이길 바라며, 10년 후 어느 봄날 이 자리에 앉아 있을 후임자가 전직 이사장의 마음을 헤아리며 숙연한 생각을 하길 바랄 따름이다.


박신영 / LA총영사관 교육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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