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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메건 래피노의 월드컵 우승

김종훈 / 편집국장
김종훈 / 편집국장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7/08 미주판 14면 기사입력 2019/07/07 19:40

아침 스포츠 라디오 방송에서 말다툼이 일었다. 미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 청취자가 몹시 못마땅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질 때 손을 가슴에 얹지 않는 반애국적인 선수를 왜 먼저 내보내나. 그를 앉혀뒀다가 나중에 뛰게 하면 되지 않나. 나라를 지키는 데 몸바친 참전군인들을, 나라를 깔보는 선수와 감독이 믿어지지 않는다."

대표팀 공격수 메건 래피노에 대한 '욕'이었다. 그는 국가가 나올 때 가슴에 손을 얹지 않은 지 오래다. 미프로풋볼 선수였던 콜린 캐퍼닉이 무릎을 꿇었던 것과 같은 까닭이다. 성.인종 차별로 얼룩진 미국이 바뀌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들은 반애국적이라는 욕을 먹는다.

잠시 뒤 다른 청취자가 또 못마땅해서 전화를 했다. 그런데 말은 달랐다. "나는 참전군인 출신 흑인이다. 래피노가 하는 행동이 바로 애국이다. 보다 평등한 나라를 바라는 게 왜 말썽인가. 참전군인들을 모욕한다고? 나는 그가 더 자랑스럽다."

백인 여성 진행자는 약삭빠르게 말다툼에 말려들지 않았다. 다만 흑인 참전군인들이 더 크게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래피노는 올해 월드컵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여성 혐오.인종차별주의자'라고 대놓고 몰아세웠다. 월드컵 우승을 하고 백악관이 불러도 "나는 우라질 백악관에 안 간다"고 했다.

그런 그를 '애국' 타령을 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리는 없다. 그런데 묻고 싶은 게 있다. 손을 가슴에 얹지 않고, 무릎을 꿇는 게 왜 나라를 깔보는 것인지. "나라를 깔보기 위해 이렇게 한다"고 말한 사람도 없다. 그들은 그냥 차별에 맞서는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린 아직도 차별이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

없어져야 할 차별이 있다는 데 애써 눈을 감으려는 사람들의 억지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억지 부리지 않는 사람들은 그들의 내려진 손과 굽힌 무릎에 손뼉을 친다.

방송이 끝난 뒤 미국 대표팀은 우승을 했다. 4번째 월드컵 우승이다. 올해 34살인 래피노는 이번 월드컵에서 주장을 맡았고, 5경기.428분을 뛰며 6골을 넣고 3개의 도움주기를 일궈냈다. 결승전에서도 페널티킥을 차 넣고,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과 득점왕 '골든부츠'를 받았다.

정말 감독도 팀도 미쳤나 보다. 대통령에게 막말을 하는 반애국적인 선수를 국가가 울려 퍼질 때 내보내고, 페널티킥도 차게 하고, 마무리엔 온갖 값진 상도 휩쓸게 했다.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미치게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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