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아름다운 우리말] 우리 사이의 거리를 생각하다

사람과 사람의 거리는 가깝고 먼 사이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친한 사람은 가까이 있고 싶어 하고 덜 친하거나 싫은 사람과는 떨어져 있고 싶어 합니다. 한편 거리는 관습의 측면도 강합니다. 민족에 따라 언어권에 따라 같이 서있는 거리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이나 일본 사람에 비해서 중국 사람이 함께 서있는 거리가 가깝습니다. 남미나 아랍 사람도 비교적 사람 간의 거리가 가까운 편입니다. 서로 거리가 다른 사람끼리는 왠지 모르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거리를 비언어적 행위에 포함시킵니다. 가까이 다가가고 멀어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사 표명이 되는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류시화 선생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작가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학교 학과 선배인데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연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최근에 류시화 선생의 책(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을 읽다가 거리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류시화 선생의 글 속에는 메허 바바라는 영적 스승이 들려준 우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질문은 사람들은 화가 나면 왜 소리를 지르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답은 가슴과 가슴이 멀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이 소리를 지르는 것은 가슴의 거리가 저만큼 멀어져 소리가 닿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소리를 치고 상처를 주는 것은 그만큼 서로 멀어져 있다는 증거일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속삭이고 다정해 집니다. 어떨 때는 말도 필요 없이 눈빛만으로도 서로 통합니다.

류시화 선생의 다른 책(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에는 사람과 신의 거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라코타 수우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고통을 겪고 슬픔에 잠겨 있을 때 신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진다고 믿었다는 내용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신에 대해서 부정하던 사람들도 너무 힘들면 신을 찾습니다. 매달리고 싶어집니다. 아마도 신이 가까이에 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여기서 신의 존재에 대해서 논쟁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다면 그건 이렇게 준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신이 가까이에 있다는 말은 세상의 진리를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하였다는 의미도 됩니다. 늘 평탄하게 사는 사람은 고통의 의미를 모릅니다. 고통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세상을 모릅니다.



슬픔이 차올라서 고통스러운 사람에게 어쩌면 신이 당신에게 가까이 와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어 할 겁니다. 나는 착하게 살았는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냐고 하면서 원망을 쏟아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 가지는 확신합니다. 어렵지만 분명히 확신합니다. 고통은 나쁜 게 아닙니다. 슬픔은 나쁜 게 아닙니다. 고통과 슬픔을 겪어내면서 새로운 힘을 얻고 새로 태어납니다. 그것을 종교에서는 신을 만났다고 표현하는 겁니다.

세상에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주변에도 정말 많습니다. 가족을 잃은 사람 큰 병에 걸린 사람, 사람과의 관계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우리가 신과 가까워지는 순간입니다. 나를 단련시키고 새롭게 힘을 얻게 하는 귀한 시간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이게 답입니다. 다른 답은 없습니다. 이 힘든 시간이 지나야만 알게 되는 어려운 답입니다. 그래서 잘 지나가게 버티고 또 버텨야 하는 겁니다. 주변 사람의 위로와 관심도 그래서 더 필요합니다. 서로 기대면 더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