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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눈대중의 깊은 맛

지난달 요리책 '코리아타운(Koreatown)'에 관한 기사를 썼다. 한인 청년 셰프 홍득기와 음식전문 기자 매트 로드바드가 집필한 책이다. 자칭 '설렁탕 매니아'라며 한식의 매력을 말하는 백인 로드바드와의 인터뷰는 인상적이었다.

지난 2012년 한식세계화를 추진하던 한국정부로부터 미국 한식당 추천 제안을 받은 로드바드는 한식을 조사하러 다니다 그 매력에 푹 빠졌다고 했다. 사실 요리책 '코리아타운'에서, 레시피는 사이드 역할이라 할 수 있다. 한식당 셰프들의 이야기가 진짜 앙트레(entree).

한인 2세 홍 셰프가 전하는 구수한 식당 이모들의 이야기에 웃음이 나왔다. 안 봐도 그림이 그려졌다. 앙념은 어떻게 하냐는 홍씨의 질문에 이모들은 "적당~히, 팍팍 넣어!" "눈대중으로 대~충, 버무려"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정확한 계량이 생명인 요리책에 '눈대중'이라니. 난감했을 터.

식당 이모들의 요리 상식은 '수치'가 아닌 '감'에 기초한다. 먹어보고 맛있으면 그게 기준, 정량을 따지지 않는 당신의 엄마 어깨 너머로 배운 손맛도 한몫한다. 한식은 유독 손맛을 따진다. 한식당 홍보에 '엄마 손맛 담은'은 봤어도, '정확한 계량 따라'는 본 적은 없다.



문득 생각했다. 엄마 손맛이라는 게 진짜 있을까. 재고 따져 넣는 양념보다, 엄마의 감으로 버무리는 게 더 감칠맛이라 하는 이유는 뭔가.

맛은 익숙함이다. 생소한 것은 일단 거부감이 먼저 든다. 지루하지만 익숙한 것을 즐기고, 새로운 것을 반기지만, 생소한 것은 두려워한다. 고급진 레스토랑에선 독특한 것이 장점이 되지만, 집 앞 국밥 집에선 익숙함이 기본이다.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 식당들 중 대박보다 쪽박을 찾기 쉬운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요리와 재료에 대해서 이미 잘 아는 셰프나 업주들은 독창적인 메뉴를 내놓고 싶어하지만, 자칫 어색한 맛은 실패로 이어지기 딱 좋다.

친구들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 엄마 요리 못 해서 나중에 시집가도 집 밥은 안 그리울 것 같아."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던 탓에 어릴 적 기억 속에 엄마는 주방에 잘 없었다. 특히 엄마가 해주는 된장찌개는 된장국에 가까웠다. '외할머니 표' 짜고 걸쭉한 전형적인 삼겹살 집 된장찌개와 달리 엄마가 해주는 건 항상 묽고 싱거웠다. 왜 할머니 거랑 맛이 다르냐는 타박에 엄마는 건강 챙겨야 된다고 반박했지만 글쎄, 그 진짜 이유 때문이었던 건진 모르겠다. 멸치볶음에 아몬드 좀 그만 넣으라고 구박했고, 무슨 깻잎 장아찌가 이렇게 싱겁냐고 안 먹었다.

혼자 미국 온 지 1년 반 차. 엄마가 해주는 밥을 마지막으로 먹은 지도 1년 반이 됐다. 참 신기하게 한식당에서 파는 된장찌개가 맛이 없다. 반찬가게에 갔는데 멸치에 아몬드가 없어서 섭섭하다. 심심한 맛의 깻잎 장아찌는 어디에도 없었다. 청개구리 마냥 유독 고기 한 점 없는 그 싱거운 된장찌개가 제일 먹고 싶다.

엄마와 식당 이모들의 '대충' 눈대중은 '깊다'.


장수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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