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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분열' 불붙인 트럼프, 2020 백인 유권자에 '올인'했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7/14 22:46

[뉴스분석] 백인 대 유색 이민 분리 전략
"네 나라로 돌아가라" 선동적 캠페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민주당 여성의원들에 "당신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트윗을 하자 한 여성 시위대가 버지니아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 앞에서 대통령의 차량행렬을 향해 "헤이 히틀러, 왜 트럼프로 환생해 돌아왔냐"고 비난하는 글을 들고 있다.[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인종 갈등에 불을 붙였다. 자녀 분리 수용 및 추방이란 멕시코 국경 난민 정책에 반발해온 민주당 진보 4인방, 유색인종 여성 의원들을 향해 “당신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선동적인 트윗을 올렸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의 인종 관계라는 마른 장작에 성냥을 던져 불을 질렀다”고 비유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돌아가라' 트윗은 2020년 대선에서 투표자의 70%를 넘는 백인 유권자에 ‘올인’하려는 의도된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를 방문한 뒤 에어포스원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 8시 27분 연속 3개의 트윗에서 “총체적 재앙, 가장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를 가진 나라 출신인 민주당 ‘진보’ 여성의원들이 지구 상 가장 위대하고 강력한 미국 국민에게 정부가 어떻게 운영돼야 할지 큰소리치는 걸 보는 건 아주 재밌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완전히 망가지고 범죄에 찌든 원래 자기네 나라에 가서 고치는 걸 도운 다음 돌아와 우리에게 어떻게 했는지 보여달라”고 했다. “그곳은 당신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빨리 떠날 수 없다면 낸시 펠로시(민주당 하원의장)가 아주 행복하게 공짜 여행을 주선해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펠로시가 지난달 이민세관단속국(ICE)에 46억 달러를 긴급 지원하는 법안을 공화당과 타협해 통과시킨 뒤 4인방이 반발해 민주당이 내홍 상황인 걸 비꼰 것이다.



미국 2018년 11?6 중간선거 인종별 투표자 비율






트럼프가 지목한 진보 여성의원들은 지난해 11ㆍ6 중간선거에서 의회에 입성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뉴욕)와 일한 오마르(미네소타), 라시다 틀레입(미시건), 아야나 프레슬리(매사추세츠) 네 명이다. 이중 1992년 건너온 소말리아 난민 출신인 오마르를 빼고는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의 후손 오카시오 코르테스(뉴욕 브롱크스), 흑인 프레슬리(신시내티), 팔레스타인 난민의 후손인 틀레입(디트로이트) 등 세 명은 미국에서 태어났다. 자신도 독일계 이민자의 자녀이고, 자신의 다섯 자녀 중 네 명 어머니가 체코ㆍ슬로베니아 출신인 트럼프가 사실을 무시하고 인종차별적 모욕을 가한 셈이다. 그는 이날 이민단속국에 2000여명의 불법 이민자 추방을 위한 미국 전역에서의 일제 단속도 명령한 상황이었다.



미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가 12일 주최한 트럼프 행정부의 난민시설 자녀분리 실태에 관한 청문회에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왼쪽), 라시다 틀레입(가운데), 아야나 프레슬리(왼쪽) 의원이 증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트위터에 이들 3명과 일한 오마르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진보 4인방을 향해 "당신네 나라로 돌아가라"라고 적었다.[EPA=연합뉴스]






트럼프의 의도는 명확했다. 이번 트윗은 2017년 8월 버지니아 샬러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가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에 차량을 돌진해 한 명이 숨졌을 때 “양측 모두 아주 좋은 사람들”이라며 양시론(兩是論)을 폈을 때와 달리 명확히 편을 갈랐다. 뉴욕타임스는 “내년 선거에서 미국에서 태어난 백인 유권자와 유색인종, 외국에서 태어난 유권자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며 “유권자들에게 2020년 어느 편에 설지 선언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퓰리처 수상 작가인 더글러스블랙만은 “가장 음험한 종류의 인종차별 선동”이라며 “미국 대통령이 50년 전 흑백갈등을 넘어서 백인이 아니면 미국에선 환영받지 못한다는 1900년대 초반의 백인우월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백인 인구 63%→2018 중간선거 투표자 비율은 73%
중앙일보가 이날 미국 인구조사국(Census Bureau)의 지난해 11ㆍ6 중간선거 투표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체 인종에서 비(非) 히스패닉계 백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63.1%였다. 하지만 실제 투표로 따지면 전체 투표자중 비(非) 히스패닉계 백인의 비율은 72.8%로 인구 대비 비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백인에서 투표권을 가진 시민권자(67.7%)가 많을 뿐 아니라 실제 투표 참여도가 높기 때문이다. 반면 중남미 출신 히스패닉은 인구 비율로는 16.4%지만 전체 투표자 중 실제 투표자 비중은 9.6%로 뚝 떨어졌다.

65세 이상 노년층에 "인종배척" 광고 집중
트럼프가 노골적인 백인 올인 전략으로 나선 건 백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보수적인 65세 이상 노년 유권자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백인 노년 유권자는 인구 비중으론 약 17%지만 투표율이 70%(지난해 중간선거 평균 49%)에 육박해 투표자 중 비율은 23.5%였다. 이와 관련 미 인터넷 매체는 악시오스는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20~30대 젊은 유권자의 민주당 선호가 뚜렷해지자 노년층 이용자가 많은 페이스북에 반(反)이민 광고를 44%나 배정했다”며 “트럼프는 광고의 절반 이상에 이민 배척주의 언어를 사용한다”고 전했다. 백인 노년층에 1960~70년대 ‘좋았던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트럼프의 트윗은 분열됐던 민주당을 단합시키는 계기가 됐다. 펠로시 의장이 즉각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인 혐오 발언을 거부한다”며 4인방의 편에 섰다. “그는 의원들을 공격하기보다 미국의 가치를 반영하는 인간적인 이민 정책을 위해 함께 일해야 한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급습을 중단하라”라고도 요구했다. 펠로시는 “우리 네 명의 여성의원에 그들 나라로 돌아가라고 한 것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겠다는 계획이 ‘미국을 다시 하얗게(백인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임을 확인한 것”이라며 “다양성이 우리의 힘이고 단합의 우리 권력”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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