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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인생에 한번쯤은 비탈에 선다

이기희 / 작가
이기희 / 작가 

[LA중앙일보] 발행 2019/07/16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7/15 18:00

올라가지 말아야 할 높은 곳까지 올라가면 떨어지게 마련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죽을 확률이 높다. 높이 올라가면 멀리 볼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코앞에 있는 위험을 놓칠 수 있다. 인간은 한치 앞도 예견하지 못한다. 한 푼이라도 더 건지려고 죽기살기로 일하고 너무 많이 가지려고 죽자사자 매달리다 죽은 사람도 여럿 봤다. 물건도 적당히 쌓아야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쌓다 보면 무너져 깔려 죽을 수도 있다. 세상만사 플러스 마이너스 더하고 빼면 제로가 정답이다.

누구나 인생의 한번쯤은, 아니 여러 번 비탈길에 선다. 비탈길은 언덕의 비탈진 길이다. 가파른 비탈길은 오르기도 힘들지만 내려오기도 쉽지 않다. 오르지도 내려오지도 못하고 비탈길에서 허우적거릴 때는 일단 깊은 숨을 쉬고 멈춰서는 게 좋다. 비탈길에서 비틀거려도 낭떠러지에 매달린 것보다는 훨씬 낫다. 비탈길이 위험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평지에서 더 잘 넘어진다. 안이하게 생각하다 헛발 디디고 조심성 없이 설치며 다니다 무릎 깨진다. 비탈진 내리막길에서 곤두박질치지 않으려면 허리를 약간 굽히고 머리를 숙인 채 땅을 살펴보아야 한다. 무릎을 살짝 굽히면 몸의 무게 중심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몸을 지탱하고 컨트롤하기 쉬워진다. 세상만사 굽히고 숙이고 땅에 중심을 두면 살기 쉬워지고 가벼워진다.

내리막길은 내려만 가지 않는다. 어느새 오르막길이 되기도 하고 넓디 넓은 초원에 도착하기도 한다. 울퉁불퉁 고비마다 엎친 데 덮치는 끝이 안 보이는 비탈길 인생에는 정상이란 표지판이 없다. 히말라야는 정복할 수 있어도 인생을 정복하는 사람은 없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젊은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북소리에 발맞춰 자신의 길을 가라' 라고 말한다. 오르막길 내리막길 비탈진 길 모질게 험한 길도 내가 걸어가야 할 나의 길이다. 황순원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는 전쟁이라는 극악한 상황을 겪은 세 청년을 통해 전쟁이 가져다주는 정신적 고통과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6·25를 겪으면서 상처입은 주인공들의 황폐해진 삶을 통해 전쟁의 상흔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랑하는 그대여. 하루하루 사는 게 지옥이고 휘청거려도 참고 견디셔야 합니다. 모세는 핍박받는 동족의 고통을 참지 못해 애굽 공사감독을 살해하고 도망자가 되지만 광야에서 불붙는 떨기나무의 이적을 보고 이스라엘 역사의 주인공으로 생의 전환점을 맞습니다. 평탄한 길에 살면서도 "왜 내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납니까?" "내가 무엇을 잘못 했습니까"라고 원망하며 살았습니다. 땅의 것 물질의 충족, 보이는 것만 셈하고 살았습니다. "나는 너에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네 삶의 현장 한가운데 있다"라는 목소리를 당신께 보냅니다.

불이 붙어도 타서 없어지지 않는 생명의 떨기나무로, 비탈길에도 쓰러지지 않는 당신의 날들이 수박 향기나는 수만 개의 은어로 퍼덕이길 간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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