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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때론 '인간 바코드를 꺼라'

김석하/사회부 부장

#. 당신이 '사회인'이라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 직장에서? 동창회에서?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요즘 세상엔 벨소리가 울릴 때 비로소 사회인이 된다. 현대인은 휴대폰이 울릴 때 사회적 유대감을 느낀다.

현대병 중에 많은 사람이 가장 자주 걸리는 '질병'은 자신의 휴대폰을 툭하면 확인하는 것이다. 한 통의 'missed call' 은 휴먼 네트워크의 끈이 끊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일종의 강박 증세인 셈이다.

어떤 이는 휴대폰 배터리가 절반이나 남아도 안절부절한다. 내 휴대폰에 접속하지 않는 사람은 그저 군중에 불과하다.



#. 수퍼마켓에 진열된 수많은 상품은 내가 집어들기 전까지는 나와 무관한 진열품일 뿐이다. 그 상품이 나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긁어야 한다.

세계상품코드(UPC:universal product code)는 흑백의 막대와 10자리 숫자로 돼있다. UPC 시스템에서 왼쪽의 숫자 5개는 제조업자를 오른쪽의 숫자 5개는 특정 종류의 제품을 나타내는 데 사용된다. 바코드 표시법은 1970년대에 도입돼 오늘날에는 생산 분배 저장 판매 및 서비스 등의 모든 영역에서 제품 추적에 사용된다.

#.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 근거지로부터 10㎞ 이상 벗어나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람들은 한 번 갔던 곳을 되풀이해 다시 찾지만 새로운 곳은 거의 가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보스턴에 있는 노스웨스턴 대학 마르타 곤잘레스 박사팀이 무작위로 추출한 10만 명의 휴대폰 통화 기록을 분석한 결과다. 박사팀은 6개월에 걸쳐 이들이 어느 곳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지를 추적해 동선을 찾아냈다. 휴대폰으로 전염병의 창궐 예방이나 교통 정체에 대한 예측도 가능한 것이다. 휴대폰 청구서에 나온 전화번호와 통화시간을 자세히 살피면 내 한달 '역사'도 알 수도 있다.

#. 대부분의 기성세대는 인터넷과 휴대폰이 가족간 유대를 해친다고 본다. 각자 따로 컴퓨터를 끼고 살고 각자 따로 휴대폰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가족간의 대화할 시간은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토론토대학의 트레이시 케네디 교수는 휴대폰과 인터넷을 통해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가족 유대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휴대폰으로 부모 자식간의 대화가 더 잦아졌다는 논리다. 실제로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미국 핵가족 가정의 89%는 여러 대의 휴대폰을 갖고 있으며 부모의 42%는 휴대폰으로 매일같이 자녀와 통화를 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 휴대폰이 '인간 바코드'가 된 세상이다. 휴대폰 번호 10자리는 바코드 10자리와 공교롭게 같다. 마치 바코드를 긁으면 상품 정보가 나오 듯 휴대폰 자료를 분석하면 한 사람의 움직임 생활형태 인맥 등이 속속 드러난다. 현대인들이 휴대폰에 집착하고 의지할수록 그 자료는 더욱 풍성해진다.

공상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휴대폰 회사를 점령하면 인간 세상도 쉽게 점령할 수 있다. 내일 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할러데이 시즌이 개막됐다.

연말은 휴대폰이 위력을 발휘하는 시기다. 그 촘촘한 네트워크로 동창회.송년파티 등 '사회적 바코드' 끼리의 만남이 줄줄이 이어진다. 문제는 거기에 너무 휩쓸리다 보면 막상 중요한 가족이라는 '유전자 바코드' 는 뒷전으로 물러난다.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에는 휴대폰을 꺼야 한다.

#. 의문점. 청소년들은 왜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것보다 '문자' 보내는 것을 더 좋아할까. 전화는 목소리를 나누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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