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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빚, 그 힘겨움

박영혜 / 리버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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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9/07/18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7/17 18:53

해가 늦게 지니 저녁시간이 늦어진다. 저녁 샤워를 끝내고 TV를 켰다. 한국 뉴스에 K여배우의 모습이 보였다.

저녁 늦은 시간대, 한국 TV를 가끔 시청하며 변한 한국의 문화와 사회를 보게 된다. 그 여배우의 드라마를 하나 보았던 기억이 있다. 힘들게 파트타임을 전전하던 여주인공이었다. 그녀가 뉴스에 나온 것은 그녀 엄마의 빚에 대한 이야기였다. 난 순간 그녀가 얼마나 힘들까 하는 마음이었다.

빚? 바람난 형부 때문에 초등학생이던 조카 둘을 데리고 둘째 언니가 친정살이를 했었다. 조카들을 친정에 맡기고 옷장사를 한다고, 빚을 얻어 시작했던 것이다. 중학생이던 난, 늘 바쁘다며 조카들도 챙기지 않던 언니가 못마땅해 엄마에게 불평을 했었다. 일 년 후쯤부터 언니를 찾는 빚쟁이들이 오기 시작했다. 언니는 친구네 집에서 잔다고 집에 가끔 오지 않았다. 빚쟁이들은 혹시 밤늦게라도 언니가 왔나 싶어 야밤에도 시도 때도 없이 왔었다.

내가 빚진 사람처럼 힘들었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산다는 것, 대단하게는 아니더라도 평범하게 살 수도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친구들이 희망찬 꿈을 이야기할 때 난 "난 평범하게 사는 것도 힘든 것 같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사오 년이 지나도 언니의 힘으로 빚을 갚을 수 없었다. 온 가족이 빚쟁이들에게 시달렸다. 결국, 집 옆에 조금 남았던 땅을 오빠와 가족들이 의논해 팔아 언니의 빚을 해결했었다.

빚쟁이들의 독했던 말들과 거친 큰 소리. 언니보다 엄마가 빚쟁이들에게 휘달림을 당하는 것을 보았었다. 빚에 대한 고통을 보며 빚이 무서운 것이라는 교훈이 되었지만 아픈 기억이다. 빚을 못 갚으면 가족 모두가 종이 된다. 내 노력 없이 지나친 욕심이나 허황한 계산으로 빚을 내야 하는 일들, 실패할 경우도 생각해 봐야 한다. 때로는 빌려주는 사람도 의리나 체면으로 분에 넘치는 돈을 빌려줘 독이 될 때도 있다. 그래서 돈 잃고 친구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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