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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광고는 한인사회 자화상

이종호/편집위원

경제가 어렵다 보니 신문 광고들도 달라졌다. 0% 이자율 공짜 선물 파격 세일 원가 이하 판매 등 얇아진 주머니 사정을 감안한 문구들이 봇물을 이룬다.

최근에는 차압 주택 구제를 위한 융자 조정을 대행해 준다는 광고도 많다. 그 중에는 시세의 90%까지 원금을 삭감해 주겠다 이자율을 몇 %나 내려 주겠다는 것도 있어서 주택소유주들을 솔깃하게 한다.

그러나 이들 광고 중에는 진실과 거리가 먼 것도 간혹 있는 것 같다. 실제로 광고를 믿고 찾아갔다가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딴 얘기를 하는 바람에 실망하며 돌아왔다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만난다.

광고는 시장경제를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다. 기업은 광고를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알리고 소비자는 광고를 통해 구매 정보를 얻는다. 여기엔 광고란 정확하고 진실된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 이것이 무너지면 혹세무민하는 '삐라'나 '찌라시'로 전락하고 만다.



광고주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눈길을 끌까 고민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과장된 표현이 들어간다. 그게 심해지면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말도 서슴지 않게 된다. 최초.최대.최고.최상 같은 말은 그럴 때 흔히 동원되는 단어들이다.

허위 과장 광고의 최대 피해자는 소비자다. 길게 보면 그런 광고를 내는 기업도 신뢰를 잃게 되니 잠재적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어떤 나라든지 사전 심의와 사후 규제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는 것도 이런 것을 미리 막아 보자는 이유에서다.

한국에는 '광고자율심의기구'라는 곳이 있어서 사회 윤리와 규범에 위배되는지를 감시한다. 미국 역시 NARC(National Advertising Review Council)라는 전국적인 심의기구와 NAD(National Advertising Division) NARB(National Advertising Review Board)라는 산하 기관이 있어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동포사회는 철저히 사각지대다. 미국에서 한국의 감시를 받는 것도 우습고 미국 기관이 우리말 광고를 왈가왈부 하게 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서일 것이다. 그러니 한글로 된 대부분의 광고는 광고주의 양식에만 맡겨 두고 있는 실정이고 잘못된 광고로부터의 소비자 보호 수준 또한 제자리 걸음이다.

그나마 언론사들은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수상한 광고는 걸러 내고 있다. 공신력 있는 신문 방송에서 성매매.도박 같은 미풍양속에 반하는 광고 특정인의 권익을 침해하는 비방 광고 같은 것을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그래서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한인 사회의 수 많은 광고를 다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동포사회도 이제는 전문적인 심의기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방법은 있다. 합의만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상공회의소나 한인회 같은 단체에서 자율 기구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기업이나 업소.광고계.언론사.소비자를 아우르는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일정한 권한을 위임해 심의와 분쟁 조정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허위 과장 광고로 인한 피해 예방은 물론이고 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뿐만 아니라 한글 광고에 난무하고 있는 어색한 한국어 표현과 엉터리 표기법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작은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곧 동포사회의 전체 수준을 높여 가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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