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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스토리] 'LA 오바마 사무실' 가구 만든 한인 형제

"가구의 'ㄱ'자도 몰랐어요"
리드로 대표 오승택·천택씨
창업 6년만에 '장인' 인정받아
구글 부사장 집 가구도 납품

가디나에서 맞춤가구 업체 리드로(REDRAW)를 운영하고 있는 오천택(왼쪽) 디자이너와 오승택 대표.

가디나에서 맞춤가구 업체 리드로(REDRAW)를 운영하고 있는 오천택(왼쪽) 디자이너와 오승택 대표.

"형, 빠루(쇠지랫대) 좀 가져다줘. 뭐해, 빠루 달라니까?"

"빠루가 뭐야?"

공구 이름도 제대로 몰랐던 가구 초짜들이 창업 6년 만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LA 사무실과 유명 주얼리 가게 등에 맞춤형 가구를 제작했다. 주인공은 오승택(38), 천택(37) 형제. 업체 이름은 '가구를 다시 그린다'는 뜻의 리드로(REDRAW)다.

형제는 가구의 'ㄱ'자도 몰랐다.11년 전 형 승택 씨는 2000달러를 들고 미국인 아내와 LA로 이민을 했다. 일주일 만에 한 일은 LA 다운타운 자바시장에서 옷감을 자르는 일. 하지만 한국에서 댄서, 프로권투 선수를 했던 승택씨에게는 좀이 쑤시는 일이었다.



2013년 5월 지인 2명과 LA 다운타운 아트디스트릭트에 맞춤가구점 리드로를 개업했다. 50년간 방치된 창고를 직접 개조했다. 한국서 서양화가로 촉망받던 동생 천택씨도 불러왔다. 당시 유행하던 폐목을 이용한 가구인 리클레임드 우드(Reclaim Wood)를 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인타운 웨스턴 가구거리에 불경기가 왔다. 목수를 구하기 힘들었다. 요리사 없이 식당 문을 연 꼴이었다. "저보고 제작을 시켰죠. 어이가 없었어요. 제가 화가고 엄마한테 테이블을 만들어준 적이 있다는 게 이유였어요."(천택)

제품은 판매할 수준이 아니었다. 목수일은 형 승택 씨가 맡았다. 그때부터 승택씨는 유튜브로 제작 방법을 공부했다. 목공수업을 찾아가 가구 제작법을 배웠다. "하루 18시간씩 일했어요. 주문이 안 들어오면 재료를 사다가 유튜브에서 봤던 것을 연습했죠"(승택)

주문은 석 달에 한 점 꼴이었다. 파산 수준, 결국 동업자와 지분을 정리하고 형제만 남았다. 렌트비도 올라 2년 만에 가디나로 공장을 이전했다. 주문받은 것만 끝내고 공장문을 닫자고 매일 말했다. 그럴 때마다 하나 씩 주문이 들어왔다.

"그냥 포기하기는 아쉬웠어요. 제가 꿈이 없었는데 가구 만드는 것은 재밌더라고요. 재료든 다자인이든 매번 다르니까요."(승택)

"형 때문에 계속했어요. 형도 원래 미술을 공부하고 싶어했는데 저 때문에 포기했었거든요. 저는 그냥 형이 좋아서 같이 있고 싶었어요."(천택)

4년쯤 지나자 이전 구매자의 소개로 재주문이 들어왔다. 스승이었던 한인 목공예가가 일감을 주기도 했다. 지난해 초 기회가 왔다. 베니스 비치에서 건축 프로젝트를 하는데 이탈리아에서 들어와야 할 소파가 납기일을 못 맞추게 됐다는 것이었다.

"옆 공장에서 소개해 저희는 대수롭지 않게 일을 해 줬죠. 나중에 알고 보니 뉴욕 유명 건축사무소가 기획한 일이더라고요."(천택)

그 뒤 여러 건축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주로 도안을 보고 만들다 엉망이된 물건이거나 재료를 다루기 힘들어 포기한 제품이었다. "그런데 우리한테는 다 쉬웠어요. 먹고살려고 어떻게든 만들어 보려고 시도해 봤던 일이었던 거죠."(승택)

"한 번은 디자인대로 나무와 콘크리트를 조합해 시큐어리티 데스크를 만들어줬는데 주문한 사람이 물건을 보더니 미쳤다고 그래요. 실제로 만들어올지 몰랐던 거에요."(천택)

지난 5월 할리우드 레이 스튜디오 내 오바마 전 대통령 LA 사무실에 들어가는 책상과 선반 등 모든 가구를 제작해 설치했다. 베버리센터 쥬얼리 가게인 'IF & CO'에 프런트 데스크, 다운타운 헤미메탈 공연장 '1720'의 카운트 등을 만들었다. 현재 구글 모 부사장 저택에 들어가는 가구를 제작하고 있다. 2월에는 가구 쇼 '밀란 디자인 위크 2019'에 탄 나무를 소재로 가구를 출품했다.

형제의 꿈은 같으며 다르다. "저는 함께 도와가며 재미있게 먹고 살자가 꿈이에요. 돈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목공 일은 뭔가 익사이팅한 맛이 있어요."(승택)

"화가 몬드리안 등 예술가에게 영감을 받아 가구를 만들고 있었어요. 가구는 오브제로써 순수예술에 들어간다고 생각해요. 예술작품을 만들고 싶어요"(천택)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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