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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끌어낸 ‘지소미아 카드’…한국에 부메랑 우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7/21 08:25

한·일갈등 안보 분야까지 번지나
정부 “재검토”에 미국 “개입” 언급
미국내 “동맹 반하는 행동” 불만
일본이 ‘한국 패싱’ 악용할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아폴로 11호에 탑승했던 마이클 콜린스(앞줄 왼쪽 둘째)와 버즈 올드린(앞줄 오른쪽) 등 우주인과 달 착륙 50주년 기념행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단으로부터 한·일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사실은 한국 대통령이 내가 관여할 수 있는지 물어 왔다“며 ’아마도 (한·일 정상) 둘 다 원하면 나는 (관여)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AP=연합뉴스]





정부 고위 관계자가 19일 기자들과 만났다. 한·일 갈등이 주요 주제였고, 관심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으로 쏠려 있었다. 그간 “협상 카드로 검토한 적 없다”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던 기존 정부 입장과 달리 이 관계자는 “지소미아를 포함,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점증하는 한·일 갈등 국면에서 미국을 갈등 해소의 지렛대로 동원하려는 것이다.

바로 몇 시간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일 갈등과 관련, “지난번 정상회담(6월 30일)에서 한국 대통령이 나에게 개입할 수 있는지(if I could get involved) 물었다”고 공개했고, 청와대는 “외교적 노력의 일환이었다”며 이를 확인했다. 당시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 이슈가 지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는 역사적 이벤트도 있었다. 이런 급박함 속에서도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일 갈등을 언급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는 의미다.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의 언급이 직접적 손 내밀기였다면 지소미아는 간접적이지만 ‘리스크가 큰’ 대미(對美) 카드다. 안보 분야에서 한·미·일 공조를 중시하는 미국의 이해가 큰 사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제한이 시작된 이달 초부터 지소미아 카드를 검토해 왔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협상 카드라고 하기엔 현 시점에서 민감한 문제라 쉽게 얘기할 수 없다. 하지만 체결 과정에 담긴 함의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암묵적 옵션이었던 지소미아가 협상 카드로 공개 언급되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다. 18일 문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동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요구하는 형식이었다.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정의용 안보실장의 언급 이후 기류가 확 바뀌었고, 아예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란 언급까지 나왔다.

실제 지소미아 카드에 대해 미국이 반응하고 있다. “(한·일 갈등은) 양자가 해결해야 한다”며 관망하다가 정의용 실장 발언 이후 국무부는 “미국은 지소미아를 전폭 지지한다”는 입장을 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일본과 한국을 찾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볼턴 보좌관의 방문 목적으로 북핵 실무협상 사안이 우선 꼽히지만, 한·일의 안보협력을 점검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소미아 카드가 자칫 일본에 ‘한국 패싱’의 빌미를 주며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학과 교수는 “미국에선 한국이 지소미아 재검토를 통해 동북아 전략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했고,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본이 이런 미국의 불만을 이용해 한국을 3국 협력에서 배제한 채 영향력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미국이 지소미아를 협상 카드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맹 정신에 반하는 행동이고, 한국에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것”(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 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호·이근평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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