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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우리는 떠나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시내에 나갔다가 길에서 봉변을 당했다. 구걸을 하는 사람이 앞을 가로막길래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더니, 뒤에서 내 뒤통수를 향해 큰소리로 '중국 X년아, 중국으로 돌아가!(Chinese bitch! Go back to China!)'라고 외쳤다. 아직 해도 지지 않은 맨하튼 한복판에서…. 대통령이라는 작자부터 노골적으로 인종 혐오, 이민자 혐오를 조장해대니, 이제 대놓고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분위기로 가는구나. 오늘은 언어폭력으로 그쳤지만, 다음에 테러를 당할 수도 있겠다 싶다. 이거 정말 위험하다. 싸워서 막지 않으면 역사의 비극이 되풀이 될 거다. 옆에 있던 아이가 더 당황했을 거 같은데, 도리어 침착하게 내 팔을 꼭 잡으며 '엄마, 무시해. 엄마는 이 먼 나라까지 혼자서 온 용감한 사람이야'라며 나를 위로한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 광기를 막아야 한다." (남수경 변호사)

"1년여 전이었다. 팰리세이즈파크 타운 미팅에서 재산세 문제를 다른 타운과 비교하며 듀플렉스 건축으로 몇 배로 자동 증액되는 세원이 많은데 왜 인상되냐고 질의하자 한 백인이 '코리안들은 팰팍이 싫으면 다른 타운으로 이사를 가라'는 발언을 했다. 2개월에 걸쳐 강력히 시정을 요구하고 타운 미팅 공식 발언대에서 사과를 받고 난 후부터 그가 한인을 대하는데 신중해졌다." (권혁만 팰팍한인유권자협의회 회장)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대통령의 말에 '허드 투(Heard Too.나도 그런 말을 들었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민자 가운데 이런 말 듣지 못해본 사람이 드물 터이다. "이 나라가 싫으면 떠나라"는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생각 좀 하라고 꾸지람을 해야 한다.

옛날 한국에서는 군사독재에 맞서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한국이 싫으면 북한에 가서 살아라."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피땀 흘려 독재를 무너뜨렸다. "떠나라"는 말은 다르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파시즘'이다.



사람들이 옳고 그름을 따지고, 잘못된 점을 밝히려 하는 데 "이 나라를 싫어하니 떠나라"고 한다면 그건 막말을 넘어선 '언어폭력'이다. 더구나 이민자와 이민자 집안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더 나쁜 짓이다. "다른 곳에서 굴러들어온 너희들을 쫓아 내고 싶다"는 '범죄를 저지르고 싶은 속마음'을 밝히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민자들은 더 좋은 나라를 만들 생각이다. 서로 업신여기지 않고, 더 고르고, 더 올바르고, 더 많이 나누는 그런 미국을 만들고야 말 것이다.


김종훈 /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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