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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트럼프의 '너희 나라' 개념

[LA중앙일보] 발행 2019/07/24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7/23 20:16

4명의 여성에게 쏘아붙였다. 라틴계, 팔레스타인 난민, 소말리아 난민, 흑인 등 유색인종 여성 의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향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쳤다. '너희 나라'의 개념도 확실히 했다. 부패하고, 범죄가 들끓고, 무능한 재앙적 국가. 트럼프는 "너희가 미국을 나쁘게 얘기하는데, 그러면 너희 나라부터 먼저 뜯어고치고 돌아오라"고 했다. 사실상 조롱이다.

동네 애들이나 하는 짓거리를 미국 대통령이 했다. '동네 애들 짓거리'는 각 단어의 유치한 뉘앙스에 비해 의외로 논리가 분명하고 명료하다. 그러니 그쪽 편 애들은 환호한다. 그래서 말을 먼저 내뱉는 측이 일단 승리하게 돼 있다. 후 공격인 상대편은 흥분해 억지를 쓰는 것처럼 비친다. 결국 내 편에겐 기쁨과 웃음, 상대편에게는 모욕과 수치를 안기는 것으로 끝난다.

이 짓거리가 말로 끝나면 다행이다. 말싸움 공방이 이어지다 보면 협박조의 말투가 등장한다. 이 정도 되면 동네 애들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이때부터 짓거리는 사건이 된다. 한 편의 리더는 패거리의 수장으로 우뚝 올라서는 기회다.

'준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조롱당한 4인방 가운데 한 명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뉴욕) 의원에게 '총알 한 방'을 먹여야 한다고 협박성 글을 올렸다. 이 경관은 '코르테즈의 예산 발언: 우리는 군인들에게 너무 많은 급여를 주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뉴스를 보고 격분, 페이스북에 코르테즈 의원을 '비열한 멍청이'라고 비난하고 그녀에게 "한 방이 필요하다"라고 글을 올린 것이다. 그는 해고됐다. 또, 그 포스트에 '좋아요'를 붙이며 동조한 동료 경관도 해고됐다.

동네 애들 짓거리에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한 방이 현실화하거나 해당 경찰의 해고에 반대하는 패거리의 응원이 여기저기서 생겨나면 '진짜 사건'이 된다.

트럼프의 조국(할아버지가 독일 출신으로 1880년대에 미국 이민)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제일 먼저 트럼프를 비난했다. 유대인, 집시 등을 싹쓸이 인종 청소한 선조의 잘못된 역사를 알아서인지 그는 "(트럼프의 발언에) 단호히 거리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원 4명에 대해 "연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실 아무리 돌아가라고 윽박질러도, 4인방 여성의원 중 3명은 갈 곳이 없다. '너희 나라'가 없다. 코르테즈 의원은 뉴욕 브롱스 출신이다. 라시다 틀레입 의원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출신. 아야나 프레슬리 의원은 신시내티 출신으로, 시카고에서 자랐다. 딱 한 명, 일한 오마르 의원만 '너희 나라' 소말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인물이다.

그러고 보니 트럼프의 '너희 나라' 개념에서 부패하고, 범죄가 들끓고, 무능한 국가는 각기 뉴욕, 시카고, 디트로이트를 지칭한 것인가. 하긴 그 3개 도시가 그쪽 면에서는 거의 세계 정상급이긴 하다.

한일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 출신 이민자 가정이 이곳 LA에 많다. 은근히 미국의 중재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데, 칼자루를 쥐고 있는 트럼프가 '너희 나라' 개념을 들이댈까봐 두렵다. 부패·범죄·무능 면에서 우리가 낫나? 일본이 낫나?

트럼프는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동네 애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재선 길에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다른 민족 사람들이, 미국을 위대하게 하도록 기여하는' 미국 정신은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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