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소탐대실 해선 안될 한일관계

곽태환 / 전 통일연구원 원장·미주민주참여포럼 상임고문

요즘 한일관계는 최악의 수준으로 달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되돌릴 수 없는 적대관계로 영원히 남게 될까 걱정이다.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악행과 비인도적 행위를 결코 잊어서는 안되지만 이젠 과거 역사를 청산하고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해 두 나라가 공조해 나가야 할 때다.

한일은 지정학적으로 상호협력하고 공존·상생해야 한다. 한일간 상호 양보와 타협으로 쉬운 것부터 현안을 하나씩 풀어 나가야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

한일관계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이유를 이해하면 한일관계 개선의 해법이 보인다. 한일관계의 갈등은 거시적으로 '상호소통과 신뢰의 결여'에서 기인한다. 양국은 자기 입장만 내세우고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 문제를 풀려면 양측의 입장을 이해하고 청취해 역지사지로 문제를 풀려는 자세가 필요한데 양측 정부는 감정이 우선해 각자의 입장만 주장해 왔다. 아베 정부는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했고 우리정부는 리더십 부족으로 창의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는데 어두웠다.

한국정부가 국민을 이끌어 가야 하는데 오히려 끌려 다니고 있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될 것이다. 국익차원에서 소탐대실하는 꼴이 돼서는 절대로 안된다. 그간 한일문제를 창의적인 시각에서 해법을 모색해 왔는가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한국정부의 외교 담당자들이 창의적인 구상으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는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민의 반일 감정분위기로는 필자의 구상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현 한일관계의 딜레마를 풀기 위한 해법을 내 놓으면 수용하기는커녕 토착왜구로 낙인이 찍히고 매국이나 이적으로 몰리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필자는 아래 구상을 제안한다.

첫째, 상호소통과 신뢰의 부재로 한일관계가 악화됐다면 먼저 상호소통과 신뢰구축이 급선무이다. 지금은 두 정상이 대화할 분위기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논객도 있다. 그러나 지금 두 정상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한다면 그동안 오해와 불통으로 점철된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요약하면 한일정상은 문제를 초국가적인 차원에서 풀어가야 한다. 한국정부가 창의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한일문제를 풀기 어렵다. 초국가적인 입장으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둘째, 한국정부는 초당적, 초이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단을 해야 한다. 정부는 한일관계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가칭 '한일관계 개선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제한된 지적자산만 이용하고 거국적인 전문가 활용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일관계의 악화가 내년 총선에서 여당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일부의 견해는 아주 잘못된 생각일 수 있다. 오히려 한일관계 개선이 내년 총선에 여당에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일본과의 대화를 통한 해법을 모색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