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열린 광장] 시애틀행 황홀 여행

여행은 그저 즐겁다는 생각만으로 다녔다. 한데 이번 여행은 그 의미가 전보다 열 배나 더 컸다. 시애틀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도착했다. 도착하여 공항주차장이 아닌 다른 소규모 주차 회사를 찾아갔다. 값이 저렴해서다.

공항 대합실. 그곳에서도 시니어 대접을 해 주느라 신발도 안 벗는 검색대를 통과해 비행기를 탔다. 2시간 30분 만에 시애틀 공항에 들어서니 맑은 공기가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우버 택시를 불러 타고 렌터카를 찾으러 갔다. 작은 주차장에 집 잃은 듯 보이는 차 몇 대가 서 있었다. 미리 사진으로 본 차를 찾아 한 바퀴 돌며 흠집을 모두 사진 찍어 인터넷상에 주인 앞으로 보내고 예약된 펜션을 찾아 출발했다.

낯선 도시를 달려도 인터넷으로 만나는 내비게이션을 열면 지도가 좌르르 펼쳐지니 그대로 달리기만 하면 쉽게 어디든지 찾아갈 수 있다. 인터넷이 어렵고 낯설어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펜션은 3층 집으로 위층은 주인이 살지만 돌아오는 날까지 한 번도 만나지는 못했다. 잔디밭 둘레에 감춘 듯 귀여운 낯 모르는 꽃들과 낯도 안 가리는 고양이가 따뜻이 맞아주는 곳에 여장을 풀었다. 살림살이들과 곱게 간 커피며 깨끗이 손질된 이불들이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어 기분이 좋았다.



저녁 먹기 전 호숫가를 따라 한 바퀴 돌고 난 후, 자쿠지에 들어가 피곤을 풀며 스케줄을 점검하고 단잠에 빠졌다.

우아! 스타벅스 커피 전문공장이다. 커피 콩이 볶아지고 봉투에 담겨진 후 기계를 따라 움직이면 줄서 있는 사람들은 홀에서 선물용으로 집어든다. 늙은 나도 멋을 아는 사람이 된 듯하다. 다음으로 달려 간 곳은 프리웨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스노퀄미라는 이름의 폭포다. 밀리고 밀리다 틈새를 비집고 서서 사진을 찍노라니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보라가 얼굴에 튀어 오른다. 우리는 차가운 환호성을 터트리며 즐거워 했다.

비가 자주 오는 곳이라 산천초목이 푸르러 눈까지 호강을 한다. 생선가게 앞,알래스카가 가까워 값도 싸고 점원들이 펼치는 쇼도 볼만했다. 나도 사람들 틈에서 날아다니는 찐 게를 받아들며 즐거워 했다. 생 새우며 미루가이를 사들고 한인 마켓에 들러 소주 한 병을 사 가슴에 안으니 흥이 저절로 났다. 쫄깃쫄깃한 새우와 꼬드득 씹히는 미루가이가 목구멍으로 줄달음질쳤다.

다음날 도시 중심에 있는 87층 높이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보니 차들은 개미처럼 보이고 생각은 황홀 그 자체였다. 항구 식당으로 갔을 때였다. 줄은 한없이 길어서 피곤했지만 신선한 해물을 만나니 달콤함을 잊을 수가 없었다.

프리웨이 변 우렁우렁 물소리 따라 들어간 곳은 모두 고사리밭이었다. "저기 좀 봐!" 욕심이 났다. 굵고 탐스러웠지만, 위험한 짓은 말자며 돌아선 내 마음이 영 아쉬웠다. 수없이 외치던 여행. 시애틀 여행은 묵은 체증을 확 쓸어버린 여행이었다.


엄경춘 / 시인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