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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따뜻한 영화 '해피 클리너스'

7월 24일부터 열리고 있는 금년 '아시안아메리칸 국제영화제'는 8월 3일, 폐막작으로 '해피 클리너스(Happy Cleaners)'를 상영한다고 한다. 이 영화는 플러싱에서 나고 자란 한인 2세 감독 줄리안 김(Julian Kim)과 피터 S. 리(Peter S. Lee)의 작품으로, 뉴욕 퀸즈의 한인타운 플러싱에서 17년간 세탁소 '해피 클리너스'를 운영하는 평범한 이민 가족 최씨네의 이야기란다. 더군다나 줄리안 김 감독의 부모님이 세탁소를 운영했다고 하니 이야기가 얼마나 진솔하고 쫄깃쫄깃할지 상상된다.

이 영화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여학교 후배 임향화가 이 세탁소 주인인 최씨의 아내로 출연하는 까닭이다. 임향화는 80년대 한국 연극계를 빛냈던 히로인이었다. 결혼하면서 자녀들 육아에 집중하느라 연극계를 떠난 그녀의 재능이 아깝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임향화는 그 풍부한 감성과 뛰어난 재기로 한때 첼시 지역에 '코리'라는 식당을 경영하며 한국 요리로 뉴요커들을 휘어잡았던 여걸이다. 외국인들을 대접할 마땅한 장소가 없어 고민하던 우리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화가 김원숙의 그림이 벽을 장식한 코리는 멋진 둥지였고, 멋쟁이 뉴요커들이 일부러 찾는 맛집이었다.

영화가 어지간히 궁금하던 차에 뉴욕컬빗의 박숙희 대표가 인터뷰 한 것을 읽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인터뷰에서 두 젊은 감독은 플러싱이 돌아가야 할 그들의 집이라면 맨해튼 32가는 코리안아메리칸들이 파티하거나 일하러 가는 곳, 한식이 먹고 싶을 때 찾는 목적지일 뿐, 돌아갈 집이 아니라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은다. 줄리안 김 감독은 "플러싱은 내게 투지를 가르쳐주었고, 저돌성을 가르쳐 주었으며, 상처와 결함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래서 그들의 사는 이야기로 조부모님은 물론 부모님, 자식까지도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우리처럼 생긴 사람들, 우리처럼 블루칼라 노동계급의 삶의 모습, 그들의 순탄치 않지만 자랑스런 생존을 영화를 통해 당당하게, 특별하게 나누고 싶었다는 그들의 의지가 확실하게 공감된다.

놀라운 점은 두 감독이 영화에 한국음식을 통해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점이다. 그들은 한국음식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한 대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음식은 사랑'이란 건 종교와도 같은 나의 슬로건이다. 엄마의 음식을 먹고 자란 아이는 절대 문제아가 되지 않는다. 엄마의 음식은 그 음식을 먹을 가족에 대한 무한한 애정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당한 보살핌과 노력이 들어가는 음식을 통해서 한국인들이 "너를 사랑한다"를 표현한다는 그들의 예리한 감각이 참으로 그윽하다.



어머니 역을 맡은 임향화는 처음 그들 얘기를 듣고는 "난 연기할 필요가 없네. 그저 내 자신이 되면 될 거야. 난 그런 삶을 40년간 살아왔으니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카메라 앞에 섰을 때 그녀의 존재감과 아우라가 얼마나 대단하던지 말하는 것, 움직이는 것만 관찰하는 것도 매혹적이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어가 서툰 감독들에게 대사가 매끄럽도록 현장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연극인 임향화의 역할은 보지 않아도 유추된다.

두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보니 영화의 성공은 따논 당상이고, 그들 앞날에 대한 기대는 무궁무진이다. 우리 모두 폐막식에 가서 우리의 아들들을 뜨겁게 응원해줄 일이다. 이민 역사가 100년이 넘고 보니 여기서 자란 2세들이 이처럼 멋지게 자기들 분야에서 성공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


이영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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