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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지진 현장서 만난 노부부

'어 뭐지? 빈혈인가?' 주위가 출렁한다. 지진이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망설이는 사이 일단 진동은 멈췄다. 규모 6.4 강진. 독립기념일 휴일 커피 한잔 마시고 늘어져 볼까 했는데…. 진원은 리지크레스트 LA에서 150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곳이지만 진원 깊이가 얕고 규모가 강해 진동은 LA뿐 아니라 라스베이거스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공포에 몰아넣기에 충분한 강도였다.

기자에겐 휴일은 당연히 반납하고 며칠은 지진에 매달려야 하는 정도의 강도다. 부랴부랴 리포트를 만들어 보내고 집에 오니 독립기념일 불꽃놀이가 한창이다.'이젠 괜찮겠지 주말은 좀 쉴 수 있을까'하는 기대는 다음날 바로 깨져 버렸다. 더 큰 지진이 강타했다. 규모 7.1. 운전 중이라 실제 진동은 못 느꼈지만 윌셔 길 빌딩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지진이 또 왔나보다 직감했다. 이틀 새 두 번이나 강진을 경험한 주민들은 저마다 이러다 '빅원' 대지진이 오는 건 아닐지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 관심도 컸다. 주민들이 느낀 지진의 강도 한인사회 피해 여부 등을 생방송 연결로 전하고 뉴스를 마치니 이미 새벽 5시가 넘었다. 주말이 시작됐지만 마음 놓고 집에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아직 현장 취재가 남았다. 관심과 우려가 큰 만큼 현장의 모습을 직접 카메라에 담고 피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는 것이 마땅하다. 거의 3시간이 걸려 도착한 모하비 사막의 작은 마을의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마을 초입에 있는 주유소는 바닥이 20cm 정도 내려앉았다. 주인은 지진 보험은 비싸서 들 생각도 못했다며 망연자실했다.

작은 언덕에 있는 노부부의 집은 세간이 다 망가져 버렸다. 가구는 뒤틀리고 벽에도 금이 가 매트리스만 밖에 두고 잠을 청해야 하는 처지라 안쓰러웠다. 노부부는 90도가 넘는 폭염에 엉망이 된 집을 치우느라 연신 땀을 흘리면서도 이웃들이 물과 먹을거리를 가져다 줘서 힘이 된다고 했다. 노부부에게도 지진 보험은 없었다. 정부 지원 없이는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두 번의 강진이 강타한 리지크레스트와 셜즈밸리 인근에는 아직까지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25일에는 규모 4.7의 비교적 강한 여진이 일어났다. 샌디에이고에서 느껴질 정도의 강도였다.

캘리포니아에 산다면 지진의 위험을 감수하고 있어야 한다. 지진 위험지역인 '불의 고리'에 속해 있고 대지진도 있었다. 위험은 알고 있지만 지진 대비는 아직 미흡하다.

지진 피해를 입은 노부부는 집안 물건들이 웬만한 지진에는 끄떡없을 정도로 안전하게 보관돼 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 아니었다. 30년을 살았던 집은 거의 폐허 수준이 돼버렸다. 보험이 없으니 정부 지원이 없다면 모두 자비로 충당해야 한다. 남일 같지 않다. 얼마 전 선반 위에 올려 뒀던 음료수 냉장고를 바닥으로 내려놨다. 벽에 걸어 뒀던 거울과 액자도 침대와 먼 곳으로 옮겼다.

침대 밑에 헌 운동화를 가져다 두고 중요한 서류들도 한 곳에 모아 가방에 넣었다. 지질 학자인 루시 존스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강진은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좋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인구 밀집 지역을 벗어나 피해는 적었지만 지진의 위험성을 알려 주기에는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준비해야 할 때다.


부소현 JTBC LA 특파원·부장 bue.sohy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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