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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난 사람, 든 사람, 된 사람

순 진짜 100% 정말 리얼리 확실한 참기름!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샀더니, 진짜 정말 틀림없는 가짜더라는 이야기.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없는, 아니 믿어서는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사람(人)의 말(言)이 곧 믿음(信)이라는 말은 완전 헛말이 되었다.

꼭대기부터 밑바닥까지 똑같다. 국민이 직접 뽑은 선량들께서는 험상궂은 막말을 거침없이 토해내고, 순진무구해야 할 어린아이들 말은 욕지거리 범벅이고, 젊은이들 사이엔 정체불명의 신조어나 꼬부랑말이 판을 치고….



속담도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거칠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더미에 올라앉는다… 이런 식으로 바꿔야 할 판이다.

전 국민이 정치평론가로 변신할 참인지, 저마다 방송국을 차려 깜짝 놀랄 뉴스를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통에 정신이 한 개도 없다. 좌우로 갈라져서, 바늘을 몽둥이라고 박박 우기며 악다구니를 써대니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 누가 옳고 어느 쪽이 그른지도 도무지 알 도리가 없다. 그저 요란하게 부딪치며 비명 소리를 낼 뿐이다.

이른바 가짜 뉴스, 아니면 말고 통신이라는 것들이 그렇다. 내가 뱉은 말이 남의 앙가슴을 후벼 팔지도 모른다는 생각 따위는 애시당초 없다.

소설가 김훈 선생이 참다못해 시원하게 한 말씀했다. 몇 구절 옮겨본다.

"우리 사회는 요즘 하루도 안 빼놓고 악다구니, 쌍소리, 거짓말, 쓸데없는 소리, 욕지거리로 날이 새고 집니다. 몇 년째 난리 치고 있어요. 네가 침을 뱉으면 나는 가래침을 뱉겠다는 게 요즘 세상입니다. 이런 어수선하고 천박한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생각 없이 말을 내뱉는 어수선하고 천박한 세상에서, 전통적 가치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전통과 보수 안에도 미래를 열어젖히는 힘이 있습니다."

"서애 선생은 몇 달 동안 고요히 앉아 사유하고 글을 썼습니다. 새가 알을 품듯 오래 기다리고 조용히 기다렸지요 또 제자가 질문하면 몇날며칠 고민한 뒤 답을 주곤 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태도를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그저 뜨고 싶어 하는 이들이 넘치는 천박한 세상이 된 겁니다."

이어서 그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경외심과 연민, 다른 이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 능력이 부족한 세태를 꼬집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죽은 뒤 친절한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글 잘 쓰는 건 필요 없고,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해줬으면 합니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목표는 친절입니다."

말을 바르게 하고 잘 듣고 신중히 사유하는 기본을 지키라는 것, 일상생활을 바르게 유지하라는 것이다. 오래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소설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작가 최인호 선생이 생전에 한 말씀이 떠오른다. '난 사람'이 되려하지 말고, '든 사람' '된 사람'이 되라는 말씀…. 그 시작은 아마도 말을 바르고 아름답게 하고 남의 말을 잘 새겨듣는 일일 것이다.

품격을 갖춘 훌륭한 인간으로 향상은 못하더라도 하향평준화 되는 비극은 막아야겠다.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

그런 마음으로 웃픈(?) 시 한 수 소개한다. 정현종 시인의 '개들은 말한다'라는 시의 첫 구절이다.

"개들은 말한다/ 나쁜 개를 보면 말한다 /저런 사람 같은 놈."


장소현 / 극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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