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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선생님께,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미리 마음의 준비하고 있었던 소식이었지만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은 참으로 아쉬웠습니다. 통곡의 슬픔이 아니라 다시 못 뵈올 아쉬움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합니다. 그때 저는 미국에 연구년을 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떠나기 전에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뵈었고 그때 이미 이별을 하였던 것입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였기에 선생님을 뵙고 돌아서는 발걸음에 아쉬움의 눈물이 있었습니다. 다시 못 뵙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미국에 있었기에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도 찾아뵐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텅 빈 마음으로 선생님을 보내드릴 밖에 다른 도리는 없었습니다.

1986년에 저는 대학교 1학년이었고, 선생님께서는 환갑이셨습니다. 회갑 기념 논문집 증정식에 학생을 대표해서 꽃다발을 전해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국어학을 공부하는 제일 어린 학생이었기에 시킨 것이었겠지만 그래도 제 추억에 한 자리가 되어 기쁩니다. 선생님과 저는 그렇게 40년 차이가 났습니다. 좀 더 일찍 뵈었다면 좋았을 걸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스승의 날에 선생님께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 어떤 걸 좋아하시는지 여쭈었을 때, 지난 번 '네 글이 참 좋더라.'라고 말씀하시던 일이 생각납니다. 제가 지금도 글을 열심히 쓰는 것은 어쩌면 선생님께 드리는 선물일 수도 있겠습니다. 더 좋은 선물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 공부하고, 더 고민하여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글을 쓰겠습니다. 제가 책을 내는 것도 선생님께 배운 일입니다. 공부한 것을 세상과 소통하는 일의 중요성을 선생님께서는 늘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일본어를 공부하기로 한 것도 선생님 덕분입니다. 언어와 문화의 문제를 다룰 때 우리에게 일본은 참 중요한 곳입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공부해야 할 내용도 많고, 일본에 알려주어야 하는 내용도 많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가깝기 때문에 더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야 문제가 없어집니다. 서로 모르면 다투게 됩니다. 선생님께서는 일본에 책을 여러 권 출판하셨습니다. 일본에서 강의도 많이 하셨지요. 저도 더 공부해서 일본에서 나온 책을 읽고, 일본에서 책을 내고, 일본에서 강의도 하려고 합니다.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고 드디어 선생님께서 일본에서 내신 책을 일본어로 읽게 되었습니다. 아직 실력이 높지는 않지만 선생님께 한국어로 들었던 강의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대부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어로 된 '한국어로 읽은 고사기(古事記)'라는 책과 '일본어의 원류를 거슬러 오르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선생님을 다시 뵙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일본어 속에도 선생님의 말투는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드디어 두 권의 책을 다 읽었습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두 권을 다 읽은 날이 선생님께서 돌아가신 날인 것은. 선생님께서는 지금 북두칠성에 계실 듯합니다. 아마도 어머니를 만나고 계시겠지요. 북에 남겨 두고 온 어머니를 늘 그리워하셨으니 소원대로 북두칠성에서 어머니를 만나셨을 겁니다. 선생님께서는 이 세상에 안 계시지만 선생님의 연구는 여전히 제자들의 가슴 속에 살아있습니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선생님의 연구가 잘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서정범 선생님.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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