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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라다크의 사람들

김완신/편집국 부국장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불황을 앓고 있다. 예전의 경기 불황은 지역적인 문제였다. 일부 국가가 불경기를 겪고 있어도 다른 지역에서는 호황을 구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 불황은 지구촌의 집단적인 현상이다. 이는 경제 시스템이 국가별로 독립성을 갖지 못하고 국가간에 상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른바 글로벌 경제다.

스웨덴 출신의 여성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쓴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s)'에는 티베트 접경의 라다크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라다크는 1947년 영국령에서 독립한 후 파키스탄과 인도 사이에서 반 자치구 형태를 취하고 있다. 호지는 지난 20년간 이곳에 머물며 주민들과 생활하면서 삶의 방식을 연구했다.



라다크는 1년 중 8개월이 영하 20~30도 혹한의 겨울이고 식물이 생육할 수 있는 기간은 4개월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사람이 살기 힘든 극한의 땅이다.

호지는 책에서 인간이 거주 할 수 없는 척박한 땅에서 지역 경제를 일구고 살아가는 주민들을 통해 글로벌 경제의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라다크도 지금은 서구화됐지만 이전 주민들의 생활 방식은 현재의 경제위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천연자원이 절대 부족한 주민들은 모든 것을 자급자족했고 유일한 수입품은 소금 정도였다. 또한 서구 기준과는 다르지만 주민의 95%가 중산층일 정도로 안정된 계층구조를 이루고 있다. 나머지 5%가 귀족과 하층으로 분류돼 있으나 이들은 하나의 공동체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라다크 주민들이 적은 물자로도 풍족할 수 있는 이유는 절약과 욕심 없는 마음 때문이다. 가축 배설물까지 재활용해 버려지는 물건이 없고 서구식의 소비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풍족하지 못한 것에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파종을 하는 농부들이 부르는 노동요에는 수확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

"신들이시어 대지의 신령들이시여 하나의 씨앗에서 100개의 곡식이 피어나게 하소서 (중략) 신들에게 바칠 수 있도록 많은 수확을 주소서 사원에 공양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많은 수확을 주소서."

그들이 풍요를 기원하는 이유는 수확을 허락해 준 대지에 대한 감사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려는 마음 때문이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부족한 것에도 불편해 하지 않는 자세가 얼어붙은 땅에 행복의 씨앗을 틔웠다.

지금 세계 경제의 파탄은 돈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잘못된 믿음과 욕심 때문이다. 돈의 진정한 가치는 왜곡되고 망해가는 대기업 CEO의 탐욕은 끝이 없다.

현재 라다크 지역도 서구 중심의 국제경제 영향권에 놓이면서 이전과는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 달러의 가치가 변하면 인도의 환율이 변동하고 이는 라다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유 개념이 없어 크기보다는 경작에 몇 명의 인력이 필요한지로 가늠했던 농지도 돈으로 거래되고 있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라다크 주민들의 예전 생활방식을 돌아보는 것은 한가한 회고 밖에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경제의 흐름을 거스를 수도 시간을 퇴보시킬 수도 없다. 삶을 안락하게 해야 할 경제가 오히려 고통이 되는 상황에서 라다크의 생활방식을 떠올리며 현실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을 뿐이다.

다만 그 반성만으로 추락하는 경제를 되돌리기에는 불황이 너무 깊다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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