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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친구에게 감기를 선물했네

권사님이 보이지 않는다. 교회를 좀처럼 빠지지 않는데? 카톡으로 안부를 전했다. 짐작대로 아파서 못 왔노라 한다. 그 순간 움찔하며 자책감이 들었다. "미안해요. 나 때문이에요" 하고 정중히 사과했다. 며칠 전 나는 몇 분을 식사에 초대했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자리였다. 사실 나는 감기 기운이 있었지만 귀한 약속이기에 그냥 갔더니 그만 그랬나 싶다.

그 바로 전 시애틀 여행을 또 다녀왔다. 일 년에 두어 번 가지만 이번 여행은 그이가 한국에 여행가고, 나 혼자 아이들과 더 깊은 대화를 하고자 간 여행이다. 내게 있어 제2의 고향인 시애틀은 언제 가도 나뭇잎에서 초록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은 대자연의 숲에 안겨 아늑함을 만끽하게 한다.

오랫동안 그 도시에서 살면서도 차일피일해 언제 가야지, 가봐야지 하면서 못 가본 브레이크 섬(Blake Island). 인디언 문화를 보여주는 멋진 섬에를 아들부부와 갔다. 시애틀 다운타운 부두에서 크지않은 배를 타고 40여 분 바다를 가로질러 도착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다 보니 옛일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그 섬에선 맛난 점심을 먹었다. 인디언들이 멋진 춤과 음악으로 흥을 돋웠다. 사람은 살지 않지만 아주 아름답게 조각한 크고 작은 토템폴(Totem Pole)이 섬을 지키고 있다.



다음날 혼자 다운타운에 있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 갔다. 유일하게 미국에서 소매치기가 있다는, 복잡하고 볼거리가 많고 재미있는 재래식 장마당이다. 그곳에 가면 1971년에 시작한 스타벅스 1호점이 있다. 언제나 사람들이 길거리까지 길게 줄을 서 있다. 인증샷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그들 모습엔 행복이 넘쳐난다. 나도 줄을 서서 기념품인 커피 머그를 몇 개 샀다. 시애틀에 살 땐 관심도 없었는데 떠나고 보니 누군가에게 선물하면 좋겠다 싶었다. 올 때마다 몇 개씩 사서 지인들께 나눠주니 모두 좋아라 한다.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고 깨질까봐 손가방에 넣어서 모시고 와야한다.

나는 고마운 친구 권사님께 받아도 부담이 안 될 걸 선물하리라 하고 그날 모임에서 드렸다. 그런데 그만 커피 머그에다 감기 바이러스를 꼭꼭 눌러담아 드린 것 같다. 본의는 아니었건만 참으로 미안하기 그지없다. 우리 교회에서 체구가 가장 작지만 직장에 다니면서도 강단지게 교회 살림을 다하는 권사님인데. 도대체 언제 직장 일하고 잠은 언제 자고 교회 일을 통째로 맡아 하는지. 나는 그 저력에 고맙고 또 놀란다. 신의 사랑이 함께해 항상 우리를 위해 오늘 같기를 바란다면 염치없는 이기주의자라 하려나.


박유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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