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인터뷰]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 초대 관장 김민선 "싱가포르 센토사 이민사박물관에서 영감 얻어"

"2세에게 꿈·용기 주고파"
K팝·한식강좌·전시회 개최

역사 전시물·소녀상·전통관
개인 사재 30만불 기부해
'거북이 인생관' 좌우명

지난 6월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장으로 취임한 김민선 전 뉴욕한인회장.

지난 6월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장으로 취임한 김민선 전 뉴욕한인회장.

두 개의 한인회로 쪼개지며 난항을 겪었던 뉴욕한인회를 정상화 시킨 후 34·35대 회장을 역임한 김민선 전 뉴욕한인회장이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Museum of Korean American Heritage.MOKAH) 초대 관장으로 지난 6월 취임해 또 다시 바쁜 행보에 들어갔다.

제33대 뉴욕한인회 전반기 이사장, 롱아일랜드 나소카운티 인권국 부의장을 거쳐 현재 인권국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 관장은 지난 2014년 자랑스런 이민자에게 수여하는 '엘리스아일랜드상'을 받았다. 현재 롱아일랜드 맨해셋에 거주하며 음악 전문학원 롱아일랜드 컨서바토리(리즈마)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1960년 청주 출생으로 고 김준철 전 청주대 이사장의 딸이다. 1983년 이화여대 음대 졸업 후 미국에 온 김 관장은 이제 뉴욕한인회장 연임의 중책을 마치고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장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그녀를 만났다. 다음은 김 관장과의 일문일답.

-어떤 목적으로 박물관을 설립하게 됐나.

"12년 전인 2007년, 아이들과 함께 싱가포르 센토사에 있는 이민사박물관을 찾았다. 이 박물관은 1800년대 영국의 식민지였던 싱가포르의 남부 항구 건설에 투입됐던 중국·폴란드·인도·파키스탄계 이민자들이 후손들에게 남겨주기 위해 건립한 것이다. 이곳엔 그들만의 이민 역사가 고스란히 숨쉬고 있다. 당시 이민 2세들이 스쿨버스를 타고 박물관을 견학하는 모습을 봤다. 뉴욕에도 한인 이민사 박물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2014년 나와 뜻을 같이 하던 맨해셋 한인 학부모들이 주축이 돼 박물관 설립 추진을 하기 시작했고, 꾸준히 기금을 모았다. 그 때 만든 재단이 'Korean American Immigration Heritage Foundation.KAIHF'이다. 이 재단은 2015년 비영리단체로 등록했다. 지금의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이다.



-당시는 한인회가 두 개로 분리됐던 때여서 기금 모금이 쉽지 않았을 텐데, 박물관 기금은 어떻게 모았나.

"아예 없었다. 두 개의 한인회가 공존했던 시절엔 한인단체나 동포들 그 누구도 기부하기를 원치 않았다. 이 때문에 박물관 건립을 위한 기금은 순전히 내가 운영하는 리즈마 이사회와 또 나와 뜻을 같이했던 한인 학부모들이 해줬다. 당시 박물관 건립을 위해 개인적으로 30만 달러를 냈다. 그 때 60만 달러가 모아졌는데, 20만 달러는 한인회에 기증했고, 나머지 40만 달러는 한인회 6층 지금의 뉴욕한인회관과 이민사 박물관 공간의 개보수 공사를 위해 썼다."

-2018년 뉴욕한인회관 6층에 6000스퀘어피트 규모의 이민사 박물관이 문을 열었을 때, 당시 감회를 다시 떠올린다면.

"기쁘다. 무엇보다 후세들에게 물려줄 이민과 전통 문화 유산이 엄연히 맨해튼 뉴욕한인회관 6층에 자리잡았다는 것이 더없이 기쁘다. 맨해튼은 뉴욕의 상징적인 곳이다. 더구나 전세계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연일 몰려드는 세계 문화 중심의 도시다. 여기에 우리의 전통문화, 이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민사 박물관이 있다는 것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박물관 입구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소녀상은 가로 180센티미터, 세로 160센티미터로 된 화강암 바닥에 청동으로 된 높이 123센티미터의 조각상이다. 한국 일본 대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을 제작한 조각가 부부 김운성씨와 김서경씨가 뉴욕한인회의 의뢰를 받아 제작했다. 이민사박물관에 위안부관을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소녀상 건립까지 진행했다. 아픈 역사지만 이를 알리는 것이 후세의 책임이다. 소녀상 건립이 추진된 것은 캐롤린 멀로니(민주·뉴욕 12선거구) 연방하원의원의 조언에서 시작됐다."

-조선시대 사랑방을 재현한 듯한 '전통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코넬대 부속 뉴욕 커뮤니티 병원의 병리과 혈액은행 시니어 연구원을 지낸 이재록·편신자 부부가 38년 간 미 전역 경매를 통해 수집한 110점을 모아 꾸몄다. 주칠 이천농과 묵죽도, 조선시대 산신도, 죽절상문갑, 나막신, 사방탁자 등 한국 고미술품과 유물들도 있다. 박물관 벽면에는 1883년부터 시작된 한국과 미국의 외교 역사를 시작으로 시대별 미주 한인 이민사회의 주요 사건과 활동들이 사진과 함께 영문 및 한글로 소개돼 있다. 또 1964년 세계박람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윤문영씨와 송종국씨가 기증한 여권과 건강증명서, 출입국 증서 등이 전시돼 있다. 보빙사절단의 종사관으로 참가한 주미한국공사 서광범의 역할을 기술한 미 주간신문 인디펜던트지의 1897년 신문 원본과, 맨해튼 휩스애비뉴 호텔에서 조선 보빙사 일행이 체스더 아서 미 대통령에게 큰절을 하고 있는 모습을 스케치로 보도한 당시의 신문 '프랭크 레즐리스 일러스트레이트지'의 1883년 9월 29일자 표지 원본 등도 직접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박동근 전 뉴욕한인태권도협회장이 19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 미국 태권도팀 코치 당시 사용했던 호구와 이문성 전 뉴욕대한체육회장이 1980년대에 사용했던 태권도복과 블랙 벨트도 전시돼 있다."

-앞으로 박물관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건지.

"우선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많아져야 한다. 올해는 박물관 홍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를 유치하고,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K팝 클래스, 한국영화 등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강좌, 세미나를 개최하고, 입양아들을 위한 한식 요리 강좌도 열 계획이다. 이 모든 과정을 문제 없이 진행하려면 우선 기금 확보가 충분이 돼 있어야 한다. 뉴욕에 있는 한인 및 타민족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개발하고, 이를 통해 로컬 및 연방 정부의 그랜트를 받을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이민사박물관은 미래 주역인 2세에게 뿌리에 대한 자긍심과 정체성을 심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더불어 이민자들이 주류사회에 공헌해온 발자취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의 보고가 될 것이다. 앞으로 정부 기금과 펀드를 더 많이 조성해 내부를 더 알차게 꾸밀 것이다."

-리즈마 설립 배경은.

"7살 때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여러 번 보면서 장차 음악 선생님이 돼야겠다는 꿈을 꿨다. 또 11살에는 '자이언츠'를 보고 미국에 가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리즈마 설립은 어린 시절의 꿈을 실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솝 우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 경주 이야기다. 토끼는 탁월한 능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왜 거북이에게 졌을까? 그건 토끼는 옆을 보고 갔고, 거북이는 앞에 있는 깃발만 보고 갔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타인은 진정한 목표점이 될 수 없다. 이상을 높이 정하고, 그 깃발을 향해 거북이처럼 묵묵히 전진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게 내 인생의 좌우명이다."


임은숙 기자 rim.eunsook@koreadailyn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