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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혁신은 밥 먹듯이 해야 한다

"계속 이런 식이면 혁신은 물 건너갈 거야."

한때 '삼성맨'이었던 선배가 말했다. 지금은 삼성의 협력회사를 경영한다. 그의 지인들은 여전히 여러 삼성 계열사에서 일한다. 그런데 회사들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않는단다. 기본적인 투자도 사라졌다. 직원들은 표류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반적인 기조로 번질 조짐이다. "정치 탓만 할 때가 아닌데…" 전화기 속 목소리가 깊게 잠겼다.

혁신 엔진이 멈출까봐 우려된다. 자고로 기업의 혁신은 밥 먹듯이 해야 한다. 과도하게 단식하면 생명이 위험하다. 혁신을 멈추면 기업이 망한다. 기업에게 혁신은 인체에 있어 곡기와 같다. 곡기를 끊으면 사람의 심신도 무너진다. 심사숙고나 호시우보 같은 표현은 면피용으로도 쓰인다. 풍림화산의 병법이라도 칼은 늘 날이 서 있어야 한다.

전통은 지켜져야 한다. 혁신의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서울 을지로의 오래된 냉면집까지 옹호할 생각은 없다. '노포'를 보존한다며 주변의 혁신 기회까지 앗아간 결정은 아쉽다. 30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떡볶이 집도 있다. 착한 가격에 추억과 맛까지 화제가 되기에 완벽한 조건이다. 주변이 개발되며 문을 닫는다니 소셜미디어가 달궈졌다. 그런데 혁신의 냉혹한 잣대를 대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유감스럽게도 떡볶이집 주인도 CEO다. 폐업은 결국 미리 혁신하지 못한 뼈 때리는 실책의 결과다.



생전의 스티브 잡스는 검은색 터틀넥과 청바지를 즐겨 입었다. 마크 저커버그는 회색 티셔츠를 입는다. 혁신을 거부하며 이들을 거론하면 창피한 일이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보는 격이다. 이들은 창조자다. 이들에게 패션은 낭비다. 뭘 입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뜻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더 많은 아이디어를 짜낸다. 혁신은 개개인에게 다른 조건을 요구한다. 나에게 맞는 바뀜의 공식은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혁신은 급진적이다. 속도도 빠르다. 그만큼 피곤하고 저항도 뒤따른다. 그래도 벼락같은 혁신이 효과는 좋다. 2016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금연 효과를 비교했다. 단번에 끊은 쪽이 점진적으로 끊은 쪽보다 성공 확률이 10% 이상 높았다. 쿠데타의 어원인 프랑스어 '쿠(coup)'는 충격, 타격, 일격이란 뜻이다. 많은 역사가 벼락처럼 밤에 이뤄졌다.

살던 대로 살면 편하다. 타성은 본능이다. 명분도 갖췄다. 우리만의 전통 또는 특수성이라고 주장하면 된다. 그래도 혼자일 땐 혁신을 생각한다. 필요할 땐 기득권층도 공격한다. 하지만, 내 일이 되면 태도가 바뀐다. 자신의 과거까지 부정당할 거라 우려한다. 대대로 누구든 토착세력을 꺾기는 힘들었다. 타성의 뿌리는 깊고 그만큼 배타적이다.

가진 것을 다 내놓으라는 말은 아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옛날식 구호다. 바뀐 세상에서 더 이상은 통하지 않는다. 본질을 유지하며 바뀔 수 있다. 천기누설하자면 인내심을 갖고 귀를 여는 것이 시작이다. 어떤 말이든 내게 필요한 이야기로 여겨보라. 아무리 관심없던 주제도 유익한 지혜가 된다. 상대방은 경청하는 내게 마음을 연다. 그 다음에는 좋은 생각들과 영감들이 대화하는 가운데 오고 간다. 혁신의 아이디어와 용기도 이때 생겨난다.


류정일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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