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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충호·임태환 선배 찾아요'···메트오페라 '돈 조바니' 출연 베이스 연광철씨

'시카고·LA에 산다는데…' 힘든 시절 격려해 준 이들

“어려웠던 시절 저를 격려해주던 대학 선배 두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미국에 살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캐스팅 콜을 받고 뉴욕에 머물고 있는 베이스 연광철(43·사진)씨가 청주대학 시절 선배를 찾고 있다.

메트오페라를 비롯해 베를린국립오페라, 비엔나국립오페라, 밀라노 스칼라, 파리 바스티유 그리고 내년 3월 런던의 코벤트가든까지 세계 정상의 오페라 무대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연씨. 그는 현재의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준 청주대 음악교육과 선배 신충호씨와 임태환씨를 종종 생각한다고 말한다.

전축도 없던 대학시절 연씨는 신충호씨의 집에서 베이스 보리스 크리스토프의 LP를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해 들으며 성악가의 꿈을 키웠다. 임태환씨는 그에게 ‘크게 될 것이니 열심히 해라’로 말해준 따뜻한 선배였다.



성악을 전공했던 신씨는 1990년대 초 시카고로 이민갔고 작곡을 전공한 임태환씨는 LA에 산다고 전해 들은 것이 전부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선배들의 말씀이 큰 힘이 됐던 것 같습니다.”

충주에서 농부 연제선씨의 3남 중 첫째로 태어난 그는 전형적인 성악가의 길을 걸어오지 않았다. 공업고등학교 출신인 그는 한국에서는 연좌제와 학벌이라는 장벽에 부딪혔고 유럽에서는 작은 체구의 동양인이라는 편견에 맞서야 했다.

그러나 아들의 재능을 믿고 소와 논을 팔아 대학 등록금과 불가리아 유학 자금을 마련해 준 부친의 끈끈한 애정이 있었다. 그의 귓전에는 대학 선배들의 격려가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었다.

베를린 국립음대로 전학한 연씨는 1993년 파리에서 열린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에서 우승한다. 이때 베를린 국립오페라의 음악감독 다니엘 바렌보임이 그를 발탁해 베를린국립오페라의 전속 성악가로 발탁됐다.

바그너 전문 오페라 축제인 독일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헤르만 영주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금발에 2미터 장신의 유럽 성악가들이 도맡아온 이 역에 170센치인 한인이 맡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연씨는 권위적인 평론가로부터 ‘바그너가 찾던 목소리’라는 찬사를 듣고 2000년 오스트리아 잡지 ‘뉴즈’가 선정한 세계 톱 10 베이스에 들었다.

2004년 연씨는 베를린국립오페라와 10여년 전속 생활을 끝내고 세계 무대로 도약하는 자유인이 됐다. 현재 성악가 출신 아내 박진하씨와 14살된 쌍둥이 딸은 한국에서 살고 있다.

연씨는 홈리스(homeless) 성악가다. 자신이 배역을 선택해 오페라가 있는 세계 도시를 유랑하고 있다. 그래서 어려웠던 시절, 따뜻했던 선배들이 더욱 그리운지도 모른다.

“제가 지닌 경험과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보리스 크리스토프가 그랬던 것처럼 후배들을 양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지요.”

지난 1일 메트 오페라 ‘돈조반니’의 기사장 역을 시작으로 연씨는 오는 6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마르케왕으로 메트오페라 무대에 오른다. 이어 내년 2∼3월 공연될 ‘일 트로바토레’의 페란도 역까지 총 19회에 출연할 예정이다.

▷돈조반니: 12월 5·9·13·19일 ▷트리스탄과 이졸데: 12월 6·12·16·20일 ▷일 트로바토레: 2월 16·20·24·28, 3월 4·7·10·13·16·20일.

박숙희 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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