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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스토리] '한국식 묘약' 뉴욕 홀리다

[LA중앙일보] 발행 2019/08/03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19/08/02 19:39

풋고추·쑥·깻잎 등 활용에
포브스 "한국정신 빛나" 극찬

개량 한복을 입은 케이티 류씨가 칵테일을 만들고 있다. [사진=케이티 류]

개량 한복을 입은 케이티 류씨가 칵테일을 만들고 있다. [사진=케이티 류]

LA출신 20대 한인 여성이 뉴욕 맨해튼에서 소주와 한국 식재료로 칵테일을 만드는 바를 개업해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케이티 류(한국명 지혜·27)씨는 지난해 11월 맨해튼 남쪽에 '리셉션 바(Reception Bar)'를 개업했다. 오픈 시간은 오후 1시, 밤 12시 전에 문을 닫는다. 현대적인 인테리어의 업소 안에서 그녀를 만나는 손님들은 옷차림에 먼저 놀란다. 그녀는 한복을 입고 칵테일을 만든다. 생소한 조합이라 더 기억에 남는 곳이다. 그래서 포브스(Forbes)지는 개업한 지 한 달도 채 안된 그녀의 업소를 지난해 11월29일자에 소개했다. 기사는 "한국적 정신과 식물의 조합이 칵테일을 묘약으로 빛내고 있다"고 극찬했다.

본지도 그녀와 인터뷰했다. 한복을 입고 칵테일 셰이커(음료를 넣어 섞는 통)를 흔드는 그녀의 모습만큼이나 칵테일의 조합도 생소하다. 술은 대부분 한국 소주를 사용한다. 가장 인기 메뉴는 연잎이 들어간 '로투스 브리즈(Lotus Breez)' 칵테일이다.

특히 류씨의 바는 소주와 함께 한국 식재료를 이용한 이색 칵테일로 한식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풋고추가 가미된 소주와 복분자주를 혼합한 메뉴 '용블러드(yong blood)', 쑥과 매실 소주, 유자꿀로 맛을 낸 '플럼 드림스(plum dreams)' 등은 또 다른 인기 메뉴다. 또 류씨는 유명 칵테일 '비스 니스(Bee's Knees)'와 '프렌치 75(French 75)'의 한국식 버전으로, 노간주나무 열매(juniper berries) 소주로 만든 '인삼 비(Insam Bee)'와 '유자 88(Yuja 88)'을 메뉴로 내놓기도 했다.

류씨는 "개인적으로 소주를 너무 좋아한다. 하지만, 소주가 값이 싼 술로만 여겨지는 게 안타까웠다"라고 소주 칵테일을 제조하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칵테일에 담긴 한국의 맛을 통해 타인종 손님들에겐 한국 식재료에 대한 소개를, 한인들에겐 고국에 대한 향수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류씨의 바의 또 다른 주력 메뉴는 '무알콜 칵테일'. 이곳에서 무알콜 메뉴는 '특효약(elixirs)'이라고 알려졌을 정도다.

그는 "어릴 적 집에서 한약과 민간요법으로 쓰이는 전통차를 마시면서 자랐다"면서 "식재료 하나하나의 효능을 강조하는 전통 한의학에 기반해 칵테일 제조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LA출신 20대 한인여성
트레이더 접고 '꿈' 실현


이어 "최근 발전한 현대과학이 수백 년 전 선조로부터 내려온 한의학의 효능을 입증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특효약' 메뉴는 한국 전통 의학에 대한 나의 존경의 표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혈액순환에 좋은 메밀이 주재료인 '버크위트 버블리(Buckwheat Bubbly'와 어린 시절 아플 때마다 할머니가 주신 쑥 차를 기반으로 한 '제주 쉴드(Jeju Shield)'는 타인종 손님들에게도 인기다.

이 때문에 이곳의 무알콜 칵테일은 단맛보다는 건강한 쓴맛이 특징이기도 하다.

류씨는 "특히 칵테일을 맛보고 재료를 묻는 타인종 손님들에게 한국 식재료를 소개할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다음주 중으로 참외와 깻잎으로 만든 칵테일 신 메뉴를 선보일 계획이다.

뉴욕의 한 IT회사 자산운용팀에서 옵션 트레이더(options trader)로 일하던 류씨가 증권가를 떠난 이유는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해줄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1970년 류씨는 부모님은 한국서 이민 왔다. 1992년 LA에서 태어난 류씨는 인근 라미라다 지역에서 자라면서 한인 커뮤니티와 교류할 일이 드물었다. 한국에 대해 유대감을 느끼지 못한 그는 정체성 혼란을 겪기도 했다.

그는 "나와 내 문화를 규정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갖고 싶었다. 이전까지 볼 수 없던 색다른 한국 문화의 장소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류씨는 "앞으로 리셉션 바의 지점을 늘려가는 것이 꿈이다. 다양한 한국 식재료를 이용한 새로운 칵테일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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