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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90세 노모와 발달장애 딸

쇼셜워커 인턴시절 수퍼바이저로부터 지적당한 적이 있다. "심퍼티(sympathy)와 엠퍼티(empathy)의 균형을 잡아라". "상담자의 사연 때문에 짠한 마음에만 너무 빠져있지 말아라. 공감한 후 전문가답게 문제 해결단계로 넘어가라"는 말이었다.

몇년 전의 일이다. 양로호텔에 사시던 90세 어머니와 그룹홈에 사는 발달장애를 가진 딸은 항상 양로보건센터(주간센터)에서 만났다. 그 어머니는 딸과 나란히 앉아 딸의 안색과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셨다. 어머니는 '딸이 피곤한 것 같으니까 간호사실에 눕게 해 달라'는 요청을 자주했다. 딸은 딸대로 '엄마가 추우면 안되니까 센터의 문을 닫아 달라'는 요구를 많이 했다. 7세 정도의 지능을 가졌지만 환갑나이의 인생을 살았기에 생각의 깊이와 표현력은 나름대로 있었다.

쇼셜워커로서 힘든 질문을 모녀에게 한 적이 있다. "엄마가 90세가 되었는데 딸을 늘 챙길 수 없다는 것 알고 있나요?" 그 딸은 느린 생각과 함께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나도 알아요. 엄마도 많이 아파요. 나도 많이 아파요." 어머니에게도 한마디 건넸다. "따님보다 더 오래 사실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는 "내가 우리 딸보다 하루만 더 오래 사는 것이 소원이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나요?"라며 말꼬리를 흐리셨다.

나의 눈물샘도 자극이 되었지만 전문가다운 것처럼 계획된 답변을 드렸다. "그래서 사회복지제도가 있는 것입니다. 걱정마세요. 어머님의 바톤을 이어받아 지역사회가 따님을 챙겨 줄 겁니다." 심퍼티와 엠퍼티의 균형을 잡으려하다가 그 말이 씨가 됐다. 그 어머니의 바톤을 이어받아 주말이면 몇 시간씩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그 딸을 돌보고 있다.



이런 날에는 천국에 계신 나의 어머니가 정말 보고싶다.


이상진 / 한미치매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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