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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백인 우월주의'와 테러

김종훈 / 편집국장
김종훈 / 편집국장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8/05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9/08/04 17:25

지난달 연방수사국(FBI)은 의회 청문회에서 지난해 10월 뒤 붙잡은 미국 안 테러리스트는 거의 모두 다 '백인 우월주의'와 얽혀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백인 우월주의' 테러리스트를 가려내는 일에 앞서 나서지 않는 까닭을 묻자 "아무리 역겨운 것이라도 '사상' 자체를 수사하지 않으며, '사상'과 상관 없이 국내 테러나 혐오범죄를 극도로 심각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레이 국장은 미국에 사는 사람이 '지하디스트(이슬람 극단주의 무장투쟁 조직)'를 믿는 '자생적 폭력 극단주의'는 국제 테러로 나눈다고 했다.

'사상'에 대한 서로 다른 잣대다. 지하디스트는 따로 살펴야 할 사상이고 백인 우월주의는 아니다.

아니다 다를까 백인 우월주의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3일 텍사스 총격 사건에 백악관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은 같은 말솜씨를 보였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데 맞서 총격 용의자들은 '미친 사람들'이고 '정치'가 아니라 '사회' 문제라고 풀이했다.

그들이 미친 것은 맞지만 백인 우월주의 '사상'이나 '정치'에 애써 손 사래질을 하는 꼴에 속이 거북하다. 미국에 있는 지하디스트를 샅샅이 찾아내 모조리 잡아야 하듯이, 백인 우월주의도 똑같이 다뤄야 하는데 그럴 뜻이 없다.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이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들이니 오죽이나 하겠나.

백인 우월주의라는 말도 따지고 보면 너무 부드럽게 만든 잘못된 말이다. 지하디스트와 똑같은 극단주의이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해치고 '피'를 부른다. 이민자와 유색인종에게 "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힘줘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두 미쳤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있는 건 맞다. 그래서 FBI 국장과 백악관 비서실장의 말은 틀렸다. 그들이 틀렸다는 건 끝없이 늘어나는 '백색 테러'가 보여준다.

총기 규제는 두 말할 것도 없다. 텍사스 사건 뒤 바로 어머니들이 백악관과 의사당 앞으로 몰려갔다. 마침 가까운 곳에서 모임을 하고 있던 단체 'Moms Demand Action'은 텍사스 얘기를 듣고 바로 일어섰다. 그리고 백악관과 의회가 '비겁'하다고 시원하게 욕했다. 마침 트럼프는 총격 사건이 "비겁한 행위"라고 트윗을 날렸는데 화살은 그에게 되돌아갔다.

미국에서 백인 우월주의를 도려내고 총기를 막는 일은 하나다. 그리고 아무리 소리 질러도 대통령과 의회가 오늘날 이 꼴이면 한 발자국도 앞으로 갈 수 없다. 그래서 2020년엔 '다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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