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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어느 날 '코요테'가 나타났다

연이어 총기 사고가 일어나니 마음이 심란하다. 지난봄 딸네 집에 갔을 때 일이 생각난다. 덴버에 도착한 나는 손녀 만날 생각에 들떠 있었으나, 공항에 나온 딸은 우울해 보였다. 내가 비행기 안에 있던 그 시간쯤, 딸네 집과 멀지 않은 학교에서 총기사고가 있었다. 같은 학군에 있는 모든 학교에 출입금지 지침이 내렸다고 했다. 시간이 좀 지난 뒤, 손녀는 집에 올 수 있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손녀는 총기사고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걱정되어 물어보았다. 운동장에 코요테(Coyote)가 나타나서 모두 교실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선생님이 이야기했단다.

저녁에 경찰이 사건 개요를 발표했다. 용의자는 그 학교 고등학생과 중학생 각 한 명의 남학생이며 둘 다 체포되었다. 일반 학생 중 한 명이 총을 든 고등학생을 덮쳤고, 뒤이어 두 학생이 합심하여 고등학생을 잡았다. 처음 막아선 학생은 현장에서 숨졌다. 졸업을 겨우 사흘 남겨놓았었다.

사고로 1명이 사망했고 부상이 8명이다. 잠시 후, 경찰이 정정 발표를 하였다. 범인 중 한 명이 남자 중학생이라고 발표하였으나 사실은 여학생이라고 했다. 남자로 보이고 행동하길 원하는 여자아이였다고 했다.

경찰은 사고 수습을 하면서 모든 학생을 일렬로 건물 밖으로 나오도록 했다. 그 학교는 차터스쿨이라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졸업반까지 한 교정에 있었다. 어린 유치원 학생들까지 머리에 손을 얹고 한 명씩 경찰의 지시에 따라서 나왔다.



나도 경찰 앞에 팔을 들고 나온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 줄 안다. 비즈니스를 할 때였다. 출장에 필요한 서류를 전날 가져오는 것을 깜빡했다. 새벽에 공항 가는 길에 사무실에 들렀다. 마음이 바빠서 그랬던가 알람 해지를 깜박했다. 잠시 후 밖에서 수선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화가 울리더니 경찰이라며 나의 신상과 사무실에 있는 이유 같은 것을 꼬치꼬치 물었다. 다 대답을 하고 나니 손을 머리에 얹고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당황스러웠고 무서웠다.

내가 지금 무슨 취급을 받고 있나? 죄가 없으면서도 마치 죄인인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나간 뒤, 경찰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건물 전체를 샅샅이 뒤지더니 다음부터는 조심하라는 말을 무뚝뚝하게 하고는 떠났다.

그날 그 교정을 걸어 나온 어린 학생들이 자꾸 내 마음에 남는다. 학생 누군가가 다른 학생을 죽이거나 다치게 했다는 사실과 머리에 손을 얹고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걸어서 나왔다는 것을 어린 학생들은 기억하지 못했으면 좋겠다. 어느 봄날 교정에 코요테가 나타났었다고만 기억하면 좋겠다. 그러나 다시는 코요테 같은 건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영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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