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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십자틀 위에 걸려 있는 해방

이정근 / 성결교회 목사
이정근 / 성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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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9/08/06 미주판 17면 기사입력 2019/08/05 20:06

말복쯤이라 가을바람이 선선히 불기 시작했다. 맷돌에 밀을 갈고 계신 어머님 곁에서 나는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별안간 북소리 꽹과리 소리 피리 소리들이 요리하게 한꺼번에 귀를 울렸다. "엄마 엄마 저거 뭐야 무서워…" 하면서 어머니 품으로 급히 끼어들었다. "괜찮다 얘. 해방되었다고 두레 노는 것이란다." 그게 어머님 말씀이었다. 75년이 지난 지금도 어머님의 음색까지 내 뇌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때에 처음 들은 말 '해방'이 평생토록 잊히지 않는다.

목회자 준비과정으로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30세 때였다. 그런데 세계 기독교계에 뜨거운 논쟁거리가 바로 해방신학이었다. 남미 가톨릭교회 신학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는 흑인신학과 여성신학 한국에서는 민중신학으로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었다. 진보신학자들이 적극 지지했고 보수신학자들은 방어와 비판에 분주했다.

정치적으로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군출신 대통령 정권 아래에서는 민중신학.해방신학이 경계의 대상이었다. 해방신학은 '혁명신학'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고 정치신학의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그런 해방신학 흑인신학 여성신학 민중신학들이 각각 인류사회의 생명성을 증진시키는 일에 공헌하는 면이 충분히 있다. 그러나 폭력을 수단으로 허용하고 정권을 전복시키는 등 반성경.비성경적 독소가 문제였다. 그래서 정치신학으로도 분류한다.

성경에서는 실상 해방(liberation)은 매우 중요한 은혜적 언어이다. 가령 죄에 꽁꽁 묶여 있던 사람이 예수님을 구원주로 믿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을 '죄에서 해방되었다'고 한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 민족의 노예에서 벗어나 가나안 땅에 독립국가를 세운 것도 해방사건의 대표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 땅 위에 오셔서 자신의 최대사명은 바로 '해방'이라고 명백하게 선언하셨다. '가난한 자들에게 기쁜 소식을 포로 된 자들에게 자유를 맹인 된 이들에게 보게 함을 억눌린 자들을 자유롭게 하는' 것들이 자신의 최대사명이라는 말씀이다.(눅4:18) 말하자면 해방자(liberator)가 되시는 것은 최종적 사명이라는 뜻이다.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 왕국 노예에서 이끌고 나와 해방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과 짝을 이룬다. 그것 때문에 마침내 십자틀에 처형되셨다. 그래서 십자틀 위에는 참다운 해방 영원한 해방이 걸려 있다고 말한다.

1980년대 목회초년병일 때 이 곳 남가주에서 일본인 목사들과 정기 친교모임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때 그들은 이런 말을 했다. 역사를 멀리 내다보면 언제인가는 한국이 일본보다 모든 면에서 앞서 갈 것이라고 했다. 특히 교육수준 도덕성 산업발전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덕담 감사합니다. 일본인들은 예의 바르고 남의 입장을 배려하는 일에 뛰어나다는 것을 또 한 번 확인하게 되는군요." 필자는 그렇게 응수했다. 그런데 그들은 체면 봐서 하는 말이 아니고 지금 전 세계 대표적인 복지국가들은 대부분 개신교회가 주도하는 나라들이라는 것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덴마크…. 그래서 코리아도 그토록 빨리 교육수준도 높아지고 무섭도록 빠르게 산업화를 이룩해 간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남북이 통일된 개신교 국가가 된다면 한국은 세계역사를 주도하게 될 아시아 대표주자가 될 것이란다.

요즈음의 시국을 볼 때 그 일본인 목회자의 말이 정말 참된 예언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 더욱 간절하다.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씀이 '일본사람보다 낫지 않으면…'으로 들려 마음이 무척 괴로울 뿐이다. 그래도 십자틀 그 나무사형틀에 어디 한 번 더 목숨을 걸어보자. 십자틀은 완전한 절망이 완벽한 희망으로 바뀌는 인생 용광로요 역사 용광로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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