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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총기난사와 '대량살상'의 기준

몇 명의 희생자가 발생해야 '대량살상'이라고 할까. 지난 주말 대형 총기난사 사건을 접하면서 다시 떠오른 생각이다.

희생자 수로 '대량살상(Mass Killing/Mass Shooting)'을 구분하는 특별한 방식은 없다. 2013년 연방하원에서 가해자를 제외한 3명 이상이 살해된 사건을 대량살상이라 규정했지만 일반적이지 않다. 언론이나 기관도 규정이 제각각이다.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총기범죄기록보관소(Gun Violence Archive·GVA) 기준이다. GVA는 총기범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으로 사법기관·미디어·사설단체 등에서 범죄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이곳 자료를 인용·보도할 만큼 공신력이 높다.

GVA는 대량살상을 '단일 사건에서 4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단 사망자 숫자에 가해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4명'이 경계인 구분 방식에이견은 있지만 범죄 통계와 분석 과정에서는 기준이 된다.



심리학과 형법을 전공한 질리언 피터슨 교수와 사회학자 겸 형법전문가인 제임스 덴슬리는 지난 1966년부터 미국에서 4명 이상 희생자가 발생한 대량살상 사건을 조사했다. 범인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다. 사건 용의자와 가족, 희생자와 주변 인물을 인터뷰하고 범인의 소셜미디어 글과 선언문, 유서 등도 세밀히 조사했다.

그 결과 범인과 관련해 4가지 공통점이 발견됐다. 첫째는 범인들이 트라우마를 겪었거나 어린시절 범죄에 노출된 경험이 있고 둘째는 위기의 징후나 심경의 변화가 감지되면서 자살시도나 폭력행동 등을 표출했다. 셋째는 대부분 이전에 발생한 범죄를 모방했고 넷째는 생에 더 이상 의미가 없고 복수가 정당하다고 생각해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다.

공통점 연구가 대량살상 예방에 도움은 되겠지만 결국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원천적으로 총기소유를 금지하는 것이다. 불가능하다면 총기소지자의 정신적인 상태나 범죄 경력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스몰 암스 서베이(Small Arms Survey)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전세계 민간인 소유 소형총기는 8억7500만 정이다. 이중 미국인들은 3억9300만 정을 소유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5%가 안 되는 미국인이 총기의 45%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인구당 보유율을 보면 차이는 극명해진다. 미국의 100명당 총기 숫자는 120.5정이다. 일본, 인도네시아 등은 인구 100명당 1정 미만이다.

총기에 의한 민간 미국인 사망자 비율을 계산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유엔마약범죄연구소(UNDOC) 2017년 통계에서 미국은 인구 10만명당 총기사망자가 12.21명이다. 치안이 불안한 제3세계와 내란 중인 국가를 제외하고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선진국 중 사망자수가 두자릿수인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대부분 2~3명 아래다. 한국은 0.08명, 일본은 0.06명이다.

불과 이틀 사이에 텍사스 엘파소에서 20명,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10명이 숨졌다. 4명 이상에 '대량'을 붙인다는 기준이 무색해진다. 총기참사는 이제 통제불능의 상태까지 간 느낌이다. 의지와 결단으로 해결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 데이턴의 희생자 추모식에 모인 주민들은 정부를 향해 "뭐라도 해봐라(Do Something)"라고 외쳤다. 강한 분노와 깊은 무력감의 표시였다.

분명 지금 무언가를 해야 할 때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더 이상 총기범죄에 '대량'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완신 논설실장 kim.wanshi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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